대안학교 ‘졸업장 장사’…돈받고 56명 中·高학력 위조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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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돈을 받고 허위로 중고교 졸업 학력을 만들어 준 서울 강서구 S중고등학교 교장 김모씨(71)를 대학입학전형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또 박모씨(40) 등 5명을 이 학교에 소개해 가짜졸업증명서를 받아오게 한 뒤 자신이 다니고 있는 대학에 입학시킨 전남 S대학 강모 교수(39) 및 교직원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고교를 졸업하지 못한 일반인 56명에게서 1인당 100만∼800만원씩 모두 2억4000여만원을 받고 졸업증명서 등을 발급해 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돈을 주고 허위 학력을 취득한 56명 중 17명은 S대학 등 9개 대학에 입학했으며 대학 입학자 중에는 국회의원 및 시의원 선거 출마자, 구의원, 종교인, 공무원, 예술인 등도 끼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전과자 결손가정 출신 등의 재학생이 많아 1700여명의 학생 중 40%가 수업료를 제대로 못 내고 있는 등 학교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탁을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돈은 모두 등록금으로 받아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했으며 전부 교육시설 확장 등 학교 운영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학에 입학한 16명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해외로 달아난 17대 국회의원 출마자 권모씨(53)는 수배했다. 이들의 대학 입학은 모두 취소됐다.

S중고등학교는 1972년 직업학교로 출발해 전과자 등 일반 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학생들이나 무학력 노인들의 교육을 맡아 왔으며 대안학교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이 학교는 1999년 제정된 평생교육법에 따라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됐다.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된 교육기관을 졸업하면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않더라도 정규 학력을 인정받게 된다. 이 같은 시설은 서울 12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42곳이 있다.

경찰은 다른 평생교육시설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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