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센터 언제까지 표류할 건가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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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굴업도 등지를 떠돌며 18년 동안 입지를 찾는 데 실패한 원전수거물관리시설(원전센터)이 다시 장기 표류 상태로 되돌아갈 것 같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2008년 포화 상태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원전센터가 원점으로 회귀한다면 그 이후의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부안사태 이후 7개 시군에서 추가로 유치청원을 받았으나 해당지역 시장 군수 중에 예비 신청할 의사를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6년 지방선거 부담도 있는 터에 부안사태의 악몽을 지켜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뜻 용기를 내기 어려우리라는 점도 이해할 만은 하다.

원전센터의 안전성과 획기적인 지역발전사업에 대해 주민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데 실패한 원인은 정부의 전략 부재(不在) 탓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이 근거 없이 원자력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주민을 선동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웃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자폭탄 피해국이면서도 원자력 발전량이 전체의 36%에 이른다. 일본은 중저준위(中低準位)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사용후 연료 재처리 시설도 건설 중이다. 한국은 모두 18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전력의 40% 이상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는 세계 6위의 원자력 국가이다. 그런데도 원전센터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더 분명하게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듯싶다.

정부는 골치 아픈 문제를 뒤로 미뤄놓고 보려는 낌새마저 보인다. 정부가 물러서려는 판에 어느 지자체가 앞장서겠는가. 정작 어려운 사업은 다음 정권으로 미뤄버리려는 종래의 습성이 도진 것이나 아닌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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