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장 사칭 동문에 ‘축의금 청첩장’

  • 입력 2004년 5월 27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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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아들의 결혼식과 관련해 축의금을 거둬 가로채려던 일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27일 “김 실장의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을 보낼 통장 계좌번호가 적혀 있는 문건이 연세대 동문들에게 편지형태로 발송됐다”면서 “이 편지는 사기극인 것으로 드러나 계좌번호 예금주 등을 통해 사기단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문건은 김 실장이 올해 2월까지 총장을 지낸 연세대 출신 재벌총수 등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지난주 대량으로 발송됐다는 것.

‘연세대 동문 귀하’라는 제목의 이 편지에는 ‘5월 29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제 막내 아들의 결혼식이 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는 관계로 공식적으로 축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축의금을 내실 동문께서는 아래 계좌로 송금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청와대 비서실장 김우식 올림’이라는 문구와 함께 ‘H은행 126-85820-266’이라는 은행 계좌번호와 예금주 이름이 적혀 있다.

연세대 동문회로부터 이 같은 편지가 나돈다는 말을 들은 김 실장은 곧바로 사정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문제의 계좌 예금주 A씨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계좌를 5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판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계좌를 최종적으로 넘겨받은 일당의 신원을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이는 고위 공직자의 경조사를 이용한 신종 사기수법”이라며 “김 실장은 이 편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문제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흔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동문회측은 “이번 일은 동문회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유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학교를 음해하거나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연세대 동문회는 김 실장 아들의 결혼식 안내장을 언론사 등지에 팩스로 보냈다가 “직원이 실수로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사기단이 연세대 동문들에게 보낸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 아들의 결혼식 청첩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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