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육사교장 자살

  • 입력 2004년 5월 19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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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교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 ‘헌법이 유린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호텔에서 목을 매 숨졌다.

18일 낮 12시50분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N관광호텔 객실에서 김정헌(金正憲·65·사진)씨가 화장실 문에 가방 끈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호텔 종업원 김모씨가 발견했다. 육사 18기인 김씨는 육사 교장(1991년 12월∼93년 11월)을 끝으로 예편했다.

종업원 김씨는 경찰에서 “정오가 지났는데도 체크아웃을 하지 않아 객실 문을 열고 들어 가 보니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는 속옷만 입고 있었으며 객실 내 화장대에서 자필로 쓴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한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최근 대통령 3명이 나라를 망쳤고 헌법이 유린되고 있는데도 법관들이 헌법을 지켜내지 못했다. 이 한 몸을 국가에 바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17일 오후 3∼4시경 세무 상담하러 용인세무서에 간다며 집을 나서 오후 9시경 혼자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서 부인과 단둘이 살아왔다.

김씨의 한 육사 동기생은 “김 장군은 평상시 새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질서가 잡히지 않고 안보도 불안하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과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는 예편 이후 별다른 직업 없이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천주교 교리공부를 주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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