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김혁규씨 사과가 먼저다

  • 입력 2004년 5월 4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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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도 6월 재·보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요즘 한창 잘나가는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도지사가 최근 부산 경남지역 열린우리당 총선 출마자를 모아놓고 재·보선전을 독려하며 한 인사말의 일부다. 그는 열린우리당의 재·보선 대책위원장이다.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도 이번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어서 김 전지사는 더 바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가 재·보선을 전면에서 지휘할 생각이라면, 먼저 한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바로 경남도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그는 경남지사 보궐선거가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이는 당적 변경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문제다. 도민들은 그가 4년간 도정을 맡을 것으로 믿었다. 무슨 이유에서든 중도하차는 중대한 약속 위반이다.

김 전 지사가 사임한 뒤 여러 부작용과 함께 도정의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사직을 대행하던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보선에 나서면서 3일 새 행정부지사가 부임했다. 그는 한달동안 ‘토막 대행’을 맡는다. 도청 직원들은 이· 취임식과 업무보고 준비에 시달리고 있다.

신뢰를 저버린 것도 그렇지만 보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또 어떤가.

도지사 선거에는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래서 원인제공자에게 선거비용을 물리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관위와 지자체는 선거 준비에 많은 일손을 뺏기고 있다.

김 전 지사에게 화살을 겨누는 한나라당도 재·보선 책임에 관한한 어금버금하다. 경남에서만 도의원 등 7곳의 선거 요인을 발생시킨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4개월여 만에 화려한 변신을 했다. 대통령 경제특보와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자리를 꿰찬데 이어 국회의원(비례대표) 배지도 단다.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긴 했으나 차기 총리로도 거명된다. 10년 도지사에 이어 제2의 전성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그는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이를 수긍하고 안하고는 도민의 몫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 없이 선거판을 누빈다면 혹독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살림살이 팽개치고 집 나갔던 일꾼이 새 머슴 고르는데 나타나 이러쿵저러쿵 한다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비단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 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강정훈기자 manam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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