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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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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한양대 교수(도시공학·서울시 문화재위원)는 3일 종로구 운니동∼익선동∼돈의동을 잇는 골목길이 고려시대 옛길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익선동 165 일대 9400여평에 14층짜리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텔 건물 7, 8개 동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익선동 골목길은 피맛길(조선시대 평민들이 말 타고 행차하는 벼슬아치들을 피해 다니도록 만들어진 길)의 서쪽에 남북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길이 좌우로 휘어져 있고 폭도 좁았다 넓어지는 등 제각각이다. 지금은 복개공사로 이 길 옆의 하수로가 보이지 않지만 고려시대엔 이 하수로가 하천이었으며 이 하천 양 옆으로 자연스럽게 민가가 들어섰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 길은 창덕궁과 종로 큰길로 나가는 샛길이었다”며 “조선초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창덕궁길 및 피맛길과 달리 자연적으로 조성된 이 길은 700년 이상 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시대의 길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최 교수는 △교동초등학교 자리에 고려의 교육기관인 향교가 있었고 △이곳이 고려 때 남경(南京) 또는 한양부(漢陽府)의 중심지였다는 점 등으로 미뤄 이 지역의 취락과 가로가 ‘조선 창건’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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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청진동 일대에 대형 건물 공사가 진행되면서 피맛길의 역사는 사라졌으며 익선동 역시 모텔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면서 옛길 일부가 사라진 상태”라며 “개발은 하되 옛길의 흔적을 살려 ‘도심 속 옛 주거지’로 꾸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문화재 관계자도 “서울에서 옛 건물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조선시대 도성도에 옛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익선동처럼 수백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도심의 옛길은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익선동 재개발을 위해 현재 폭이 2∼3m인 피맛길을 6m 정도로 넓히고 좌우측에 5층 이하의 저층 건물을 세워 1층에 음식점을 유치할 예정이어서 피맛길을 제외한 나머지 골목길은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사적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길까지 보존하라는 것은 개발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지역 주민의 개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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