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회 저명인사 자살 원인은?

  • 입력 2004년 4월 29일 17시 30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김인곤 광주대 이사장, 박태영 전남지사….

최근 잇따라 자살을 택한 사회지도층 저명인사들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이 수십년간 쌓아온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진단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郭大瓊) 교수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다 자살한 경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방법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거나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느낌을 받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차하게 변명하기보다는 자살을 통해 자존심과 명예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지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잇따른 자살이 사회적으로 극단적인 심리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이홍식(李弘植) 원장은 "자살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의 자살이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자극해 일반인의 자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명인사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일반인의 경우에도 자살률이 평소의 14.3배나 높아진다는 것.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정몽헌 전 회장 자살 이후 실제로 '자살 붐'이 있었다"며 "명성과 재산을 가진 이의 자살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과 자살 이후 모든 문제가 일단락된 것처럼 비쳐지는 사회 분위기가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절망이나 좌절을 줄이고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의 전화' 자살예방센터 하상훈 원장은 "지도층 자살은 일반시민이 가진 건강한 삶의 의지를 무장해제하는 등 자살 면역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