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혐오시설에서 주민 쉼터로' 녹색공간 조성 붐

  • 입력 2004년 4월 11일 22시 15분


‘혐오시설을 주민들의 쉼터로….’

지역민들로부터 기피시설로 인식돼온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매립장 등 시설이 녹색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방류수를 활용해 물고기가 헤엄치는 생태연못을 만들고 사사사철 꽃을 볼 수 있는 동산을 조성하는 것을 물론 생활하수 처리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등 환경교육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생태공원으로 바뀐 하수처리장=광주시 환경시설공단은 서구 치평동 광주하수처리장 13만평 안의 여유 공간 3만5000평 부지를 시민휴식공원으로 꾸몄다. 하루 처리용량이 60만m³인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로 비단잉어, 붕어가 사는 S자 형태의 연못과 분수대를 만들고 아름다운 나무다리를 놓았다. 연못 가장자리에 물레방아를 설치하고 주변에 갯버들, 가시나무를 비롯해 각종 야생화도 심었다.

이하은(李河銀) 공단이사장은 “지난해 10월 개방한 이후 가족들의 놀이터로,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무안군 상하수도사업소는 지난해 무안읍에 자리한 하수종말처리장 유휴 부지에 철쭉 등 40여종 2만5000그루를 심어 꽃동산을 만들었다. 또 쟁기, 지게 등 300여점의 전통 농기구를 전시하고 항아리, 절구통 등으로 탑을 쌓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도 최근 하수종말처리장 방문객들에게 하수처리 및 수질검사 과정을 보여주고 3000여평의 잔디광장과 하수처리장 내 도로를 인라인 스케이트장으로 개방했다.

▽쓰레기매립장도 시민들의 휴식처=전남 강진군은 2001년 말 사용이 만료된 강진읍 서성리 강진의료원 앞 천변 쓰레기매립장을 소공원으로 조성했다. 5000여평에 달하는 매립지 공터에 잔디를 깔고 주변에 모란, 동백, 소나무, 가시나무 등 10여 종의 조경수를 심었다.

광주 서구청은 비위생 쓰레기매립장 부지였던 풍암 생활체육공원에 생물 서식공간인 바이토톱(Biotop) 조성사업을 올해 말까지 마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산림청에서 실시한 사업대상지 공모에 참가해 1억5000만원을 지원받게 된 구청측은 매립장을 사계절 꽃동산, 작물식물원, 죽림원, 휴양시설 등을 갖춘 도심 속 자연학습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전남 여수시 만흥동 위생매립장도 2년 전 유휴지에 대규모 화훼단지를 만들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상우(文相雨) 전남도 하수관리담당은 “90년대 후반부터 하수처리장이나 쓰레기매립장을 지을 때 주민들과 마찰을 피하고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털기 위해 학습장이나 쉼터 등 주민 친화적 시설을 갖추는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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