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리더십개발원 등록 女공직자들…다양한 ‘1호’ 자랑

  • 입력 2004년 3월 18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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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부터 조신희 김혜영 김경희 김정옥씨.
앞쪽부터 조신희 김혜영 김경희 김정옥씨.
최초의 내무부 여성공무원, 첫 여성우체국장, 첫 여성수사관, 최초의 해양수산부 여성서기관.

8일 개강한 이화리더십개발원 공직여성리더십과정 1기 수강생 김경희(49·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 특수정책담당), 김혜영(44·서울 송파우체국장), 김정옥(40·서울 동부지검 검찰수사서기관), 조신희씨(38·해양수산부 인천지방청 선원 해사과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최초의 여성 보직담당자인 이들은 다른 4, 5급 여성공무원 20여명과 함께 6월 중순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반부터 리더십을 익힌다.

김경희씨는 “1987년 6급으로 내무부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여자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버텨냈고, 96년에는 사무관으로 승진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돼 행정자치부가 된 뒤에도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등 근무 여건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83년 외국어 특채로 정보통신부에 들어가 95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김혜영씨는 유일한 여성우체국장. 그동안 5급 이하 후배들은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까지 5급은 혼자뿐이어서 20년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그는 “공직생활을 되돌아보고 리더로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수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정옥씨가 20대 후반의 나이에 첫 여성사무관으로 검찰청에 들어갔을 때 40대 중반의 6, 7급 ‘아저씨’들을 지휘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여성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남성 중심의 수사관행 속에서 ‘형제파’ 등 유흥업소 갈취 폭력조직 소탕작전에 참여하는 등 수사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요즘에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수사를 벌이기 때문에 치밀하고 섬세한 여성이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산청 첫 여성사무관과 해양수산부 첫 여성사무관을 거쳐 서기관이 된 조씨는 “공무원 연수를 가면 홍일점이어서 발표를 도맡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여성에게는 보직이 제한돼 있어 공직생활 11년간 6년 이상을 국제협력 업무 분야에서 일했다.

김경희씨는 “여성이어서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승진할 때 그러한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혜영씨와 조씨는 “여성이어서 보직관리에 어려움이 많은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개발원의 조형 원장은 “여성들이 개인적 실력으로 중간 수준의 직위에 오를 수 있으나 그 이후로는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수강생들은 30대 후반∼40대 후반으로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스스로 배우고자 왔기 때문인지 열의가 있다”고 흐뭇해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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