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매향리 판결’이 남긴 숙제

  • 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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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주민들이 낸 소송이 1, 2심에 이어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다. 주한미군의 기총 및 포탄 투하 훈련 때문에 발생한 소음 피해에 대해 법원이 최초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매향리에 미군 사격훈련장이 설치된 1952년 이래 이곳 주민들은 말 못할 고통을 겪었다. 주민들과 일부 시민단체는 줄기차게 훈련장 폐쇄를 요구해 왔고, 이 일이 알려지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해 왔다. 이번 판결이 매향리 주민의 해묵은 민원을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을 둘러싼 일각의 갈등을 완화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번 판결은 다른 유사한 사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향리 주민 2200여명이 제기한 별도 소송이 대기 중이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전북 군산시, 경기 평택시, 강원 춘천시 등지의 미군부대 인근 주민들도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한발 앞서 주민의 요구를 적극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군부대의 일방통행식 행태가 통하던 과거의 권위주의 시절이 아니다. 바람직한 민군(民軍) 관계를 위해 정부가 이런 일에서부터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상도 벌여야 한다. 한미간에 2002년 최종 타결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르면 매향리 훈련장은 반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번 판결이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근원적인 대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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