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입력 2004년 2월 20일 16시 45분


교육인적자원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특수목적고 정상화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특목고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특목고의 설립 취지에 따라 외국어고생은 어문계로, 과학고생은 이공계로 진학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동요하는 교육현장=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대원외고 등 서울시내 6개 외고 교감들은 긴급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특목고 입시 전문 학원장들도 이날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목동의 J학원 관계자는 "교육부 대책 발표이후 특목고에 가면 대학진학에 불리해지는 것이 아닌지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특목고 대책 뭘 담았나=교육부는 특목고의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지침을 고쳐 전문교과 이외에 보통교과도 설립취지에 맞는 교과목만 개설토록 할 방침이다. 외국어고가 자연계열 과목을 많이 개설해 사실상의 '의대 진학반'을 운영하는 편법을 막겠다는 의도다.

또 대입에서도 특목고 학생들이 동일 계열에 지원할 경우 가산점을 주고 심층면접 성적만으로 특별전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입 불리해질까=앞으로 외국어고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거나, 과학고 학생이 법대에 가는 것은 과거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에서 계열이 다른 과목을 배우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부터 학교생활기록부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특목고 학생에게는 불리한 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많은 특목고에서 좋은 내신성적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

그러나 외고 학생이 어문계열이 아닌 인문사회계열의 다른 학과에 진학하거나 과학고 학생이 의대에 지원할 때는 동일계열 가산점을 받지 못할 뿐 불이익은 없다.

▽세부 계획에 주목=특목고 관계자들은 이번 대책이 원론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부가 어떤 세부계획을 들고 나올 지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 외고 관계자는 "교육부가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하기 전에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이번 대책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외고에 입학하는 '이상현상'을 바로잡자는 것일 뿐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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