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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5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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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TV를 통해 방영된 사극(史劇) ‘설중매’에서 한명회 역으로 인기를 끌었던 정진(鄭珍·63)씨. 그는 요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일 인천시립극단의 제4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해 올 봄 무대에 올릴 첫 작품을 준비 중이기 때문.
사극 등에서 개성이 강한 인물의 역할을 맡아 연기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탤런트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 자신은 연극인임을 고집한다.
“연기생활 40여년 동안 1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어요. 또 ‘성냥공장 아가씨’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20여편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동구 화평동이 고향인 그는 연기생활을 하면서도 인천의 연극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83년 연극 전용극장인 ‘경동예술극장’을 인천에 세워 예술성 있는 작품을 골라 공연했지만 관객들의 외면으로 5년 뒤 문을 닫아야 했다.
2002년부터 남동구 구월동에 차를 마시며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연극 카페인 ‘진 시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밋밋하게 대사를 하면 안돼.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정을 불어 넣어야지.”
연극은 물론 TV와 영화 등에도 출연해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인 그는 후배 배우들에게 자상한 연기지도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들이 연습시간에 조금이라도 늦는 등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공연의 성공 여부는 연습 과정에서 흘린 땀의 양과 비례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늘 단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상업적인 연극을 거부한다. 관객과 배우들이 무대에서 하나가 되는 장르가 연극인만큼 작품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
그는 상임연출도 함께 맡고 있지만 작품을 혼자 선정하지 않고 객원연출을 기용해 매년 6편의 연극을 공연할 계획이다.
그는 “연극계의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이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며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인 ‘혈맥(血脈)’은 4월 3∼11일 종합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8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해방 후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서민들의 몸부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내용이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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