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안상영 부산시장 영결식]‘崔대표 弔辭’ 놓고 옥신각신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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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시청 뒤 옥외광장에서 열린 고 안상영 부산시장 영결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치권은 안 시장의 죽음이 총선을 앞두고 부산 경남의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8일 부산시청 뒤 옥외광장에서 열린 고 안상영 부산시장 영결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왼쪽),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운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치권은 안 시장의 죽음이 총선을 앞두고 부산 경남의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최재호기자
안상영(安相英) 부산시장의 영결식이 8일 오전 10시 부산시청 뒤편 옥외 광장에서 정관계 인사, 공무원, 시민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장의위원장인 오거돈(吳巨敦)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영결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어찌 이렇게 앞당기셨습니까”라며 “이제 남은 1만5000여 부산시 직원들이 당신의 위업을 이어받겠다”고 고인을 추도했다.

고인의 중학교 동기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조사를 통해 “죄인 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정말 미안하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우인(友人) 대표로 나온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조사에서 “대통령이 ‘같이 가자’고 그렇게 부탁했을 때 그만 따라갈 일이지”라며 “삼류정치가 자네를 죽였다. 진정 목을 매야 하는 것은 자네가 아니라, 이 나라 권력이고 이 나라 정치다”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와 안 시장은 부산고 10회 동기다.

영결식 도중 고인의 녹음된 육성이 흘러나오자 일부 공무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행사엔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 등 여야 의원 30여명과 외국 출장 중인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를 제외한 당 소속 광역단체장 8명이 참석했다.

영결식 후 장의행렬은 부산 수영구 남천동 시장관사 입구에서 20분간 노제를 지낸 뒤 광안대로와 동백섬을 거쳐 영락공원에 도착했다. 안 시장의 유해는 화장돼 영락공원 납골당에 안치됐으며 영정과 혼백은 부산 서구 서대신4동 내원정사에 봉안됐다.

최 대표의 이날 조사 낭독을 놓고 7일 장의위원회측과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장의위원회측은 ‘정치성 배제’ 원칙을 들어 최 대표가 조사를 낭독할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열린우리당 정 의장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 “당 소속 단체장의 영결식에 당 대표가 조사를 못 읽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최 대표는 당 대표가 아닌 우인 대표 자격으로 조사를 하기로 절충해 타협점을 찾았다.

또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은 이날 시내 한 식당에서 최 대표와 오찬을 한 자리에서 “당 소속 단체장에 대한 여권의 위협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일부 단체장은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까지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부산 경남(PK) 민심에 미칠 정치적 득실 논란도 벌어졌다.

김종하(金鍾河·경남 창원갑)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PK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안 시장을 죽였다는 얘기가 파다하고 탈당한 김혁규(金爀珪) 전 경남지사에 대한 ‘배신자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의 한 의원은 “안 시장 자살을 정치적으로 접근할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부산=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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