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黨’ 이미지 벗기 고육책

  • 입력 2004년 2월 4일 0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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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4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대선불법자금을 갚기 위해 서울 여의도 당사는 물론 천안 연수원까지 팔겠다고 공식 언급키로 해 그 배경과 성사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최 대표가 직접 나서 ‘매각추진위원회’나 ‘청산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제시할 것으로 보여 이번 매각 방침은 단순히 말로만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선불법자금으로 ‘차떼기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땅에 떨어진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에 당 지지도 1위 자리를 내준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부패당’ 이미지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고위 당직자는 기자에게 “이번 대표연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격보다는 한나라당과 한국 정치 현실이 처한 어려움을 담담하게 담았다”면서 “17대 총선이 갖는 의미를 규정하고 국민들 감성에 호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표연설이 한나라당의 이미지 회복 방안을 천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당직자는 또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중앙당사에 있는 집무실을 국회로 옮기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당사 매각과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어떻게 이 돈을 국민에게 돌려줄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검찰의 대선불법자금 수사가 마무리 된 뒤 추징금이 부과되면 당사 및 연수원 매각 대금의 일부를 사용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당사 및 연수원 매각은 그동안 수차례 거론돼 왔다. 그러나 번번이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매각은 무산됐다.

대지 726평 연건평 416평에 지하 6층 지상 10층인 당사는 약 450억원, 대지 12만평에 건물 연면적 1만4500평의 천안 연수원은 약 400억원으로 평가된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앙당사의 경우 바로 앞에 지하철이 들어서고 천안 연수원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땅값이 급상승해 현재 시가는 모두 합쳐 1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 당직자는 “대표가 나서 매각 방침을 천명하고 청산위원회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할 경우 어떻게 매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매각 의지가 강한 만큼 매각은 시간문제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대표 연설에서 논란 가능성이 있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여론이 분권형 개헌론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밖에 최 대표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남용 논란에 대해서도 “부정부패 의원은 영장이 발부될 경우 불체포특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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