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탈출 희망은 있다]"절망의 수렁에서 자활의 꿈 이뤘다"

  • 입력 2003년 12월 31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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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여성가장들이 2001년 여름에 창업한 광주의 두부마을.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으로 월 매출액이 지난해 한 해 동안 3배 이상으로 늘어 자활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 사회연대은행
저소득 여성가장들이 2001년 여름에 창업한 광주의 두부마을.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으로 월 매출액이 지난해 한 해 동안 3배 이상으로 늘어 자활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 사회연대은행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습니다.”

한지공예업체인 경기 구리시 ‘구리한지랑’ 대표 한부자씨(36·여). 정부의 생계보조비로 겨우 생활하던 그가 이제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외환위기 때 남편의 사업 부도로 중산층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했던 그는 지난해 2월 자활공동체인 한지랑에서 공공근로를 시작하며 자활의 꿈을 일군 지 1년여 만에 마침내 ‘한지랑 1호점’의 개점을 앞두고 있다.

5일 문을 여는 한지랑 1호점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신아타운 2층에 마련됐다. 5평짜리 소규모 점포지만 이곳은 한씨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일궈 나갈 공간이다.

한지랑 1호점 안에는 구슬공예 전문가인 조영희씨(35·여) 등 3명이 숍인숍(Shop in Shop·점포 안의 미니점포) 형태로 입점한다. 또 천연염색 전문업체인 ‘반짇고리’와 애견옷 제작업체인 ‘실과 바늘’도 이 점포를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위탁 판매할 예정이다.

이들 업체는 모두 지난해 자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 무담보 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주는 비영리 자활지원기관인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 또는 운영자금을 대출받았다.

본보가 지난해 12월 ‘빈곤 탈출 희망은 있다’ 시리즈를 통해 소개한 사회연대은행과 이곳에서 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2003년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은 해’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2004년을 기다려 온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한지랑 1호점 개점 이틀 뒤인 7일에는 가정폭력 피해여성 3명이 사회연대은행의 지원을 받아 경기 안양과학대학 입구에 20평 규모의 ‘올래올래’라는 분식집을 연다.

지난해 12월 16일 4200만원을 지원받아 새 두부가공기계를 들여놓은 광주의 두부마을은 지난해 초 300만원에 불과했던 월 매출액이 12월에는 1000만원을 넘어 다른 지원업체에도 희망을 심어줬다.

본보 보도 이후 연대은행에 대한 후원 약속도 쇄도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출연한 10억원이 자본금의 전부였던 연대은행은 지금까지 여성 가장의 창업만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새해엔 로또 공익기금 10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또 모 기업이 10억원의 출자를 약속해 여성 가장과 장애인, 신빈곤층, 청년 실업자의 창업을 고루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개미 후원자’도 계속 늘어 200여명이 가난의 고리를 끊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웃에게 희망을 보태 주고 있다. 연대은행의 운영방식을 빌려 민간자활사업을 벌이겠다는 독지가도 나섰다.

연대은행 임은의(任銀義) 홍보처장은 “가난 구제는 더 이상 정부나 개인의 몫이 아니다”며 “새해에는 기업과 사회단체가 모두 나서 스스로 일어서려는 이웃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사회연대은행 http://www.bss.or.kr, 02-2274-9637. 계좌번호 조흥은행 323-01-223494, 예금주 (사)함께 만드는 세상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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