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당뇨병’ 원인 첫 규명

  • 입력 2003년 12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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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인에 특히 많은 제2형 당뇨병의 발병 메커니즘이 국내 처음으로 규명됐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손호영(孫晧永) 윤건호(尹健浩) 교수팀은 사망 당시 당뇨병을 앓고 있던 환자 25명과 당뇨병 전력이 없는 정상인 13명의 췌장조직을 떼어내 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를 담당하는 ‘베타세포’의 양이 30% 정도 적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 결과 신장 170cm, 체중 70kg인 정상인의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 양은 평균 1.5g인 데 비해 같은 조건의 당뇨병 환자는 1g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장 170cm, 체중 55kg인 마른 체형의 경우 베타세포의 양은 정상인의 25%에 불과했다.

그동안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인슐린 분비가 적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베타세포 부족으로 인해 당뇨병에 걸린다는 메커니즘을 입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이 비만체형인 외국과 달리 제2형 당뇨병 환자의 64% 정도가 정상체중인 ‘한국형 당뇨병’에 대한 원인을 밝힌 점에서 주목된다.

손 교수는 “베타세포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메커니즘만 밝혀낼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개발도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내분비내과 분야 권위지인 ‘임상 내분비 대사(JCEM)지’ 최신호에 실렸다.

보통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해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는 ‘제1형’과 유전 및 환경의 원인으로 인해 인슐린 분비가 적거나 분비되더라도 제 기능을 못하는 ‘제2형’으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95%가 제2형에 속한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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