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고속철이 달린다]<下>기술력 현주소와 남은 과제

입력 2003-12-16 19:06수정 2009-09-28 02:2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최고시속 300km의 고속철도는 각종 첨단장비가 설치돼 있어 ‘선로 위를 달리는 비행기’로 불릴 정도다. 특히 기관석에는 운전 중 기관사의 신체에 이상이 있으면 이를 감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고속운전감지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안전운행을 돕는다. -김동주기자
“시속 300km로 달리는데도 컵 속의 물이 흔들리지 않는 게 신기하더군요. 마치 비행기를 탄 기분이었습니다.”

철도청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이 최근 시범 운영한 한국 고속철도(KTX)를 탄 권도훈씨(37·회사원)는 탑승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객차 18량과 기관차 2량을 포함한 길이 388m의 열차가 시속 300km로 달리는데도 진동이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것.

포항공대에 의뢰해 한국인의 체형에 알맞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의자나 고려청자를 테마로 디자인된 열차 내부 설계 등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객차 안에는 간단한 비즈니스 업무처리를 위한 간이 테이블과 전화, 팩스, 오디오 비디오 시스템, 객차 사이에 설치된 짐 보관소, 음식저장 설비, 화장실 안의 세면대와 면도기용 전원 등은 KTX를 ‘선로 위의 비행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관련기사▼
- <上>국토이용 방식의 대변화
- <中>운송업계 패러다임 변화

▽고속열차는 첨단기술의 집약체=고속열차는 일반적으로 시속 200km 이상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그만큼 고도의 열차 제작기술이 요구된다. KTX도 마찬가지다. 영하 35도∼영상 40도, 시간당 최대강우량 150mm, 초속 500m의 강풍 등과 같은 혹독한 기후 조건에도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도록 설계 제작됐다. 고속주행에도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실내 공기와 습도 등을 컴퓨터로 관리한다.

또 ‘고속운전감지시스템’이 갖춰져 운전 중 기관사의 신체적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경보시스템이 작동하며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정지한다. 시속 300km로 달리다 700kg의 물체와 충돌했을 때도 탈선하지 않도록 차량 앞부분에 벌집 모양의 충격흡수장치(허니콤)가 부착돼 있다.

이뿐 아니다. 열차의 고속주행에 차질이 없도록 선로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 구간이 용접으로 이어 붙여져 있다. KTX가 달릴 때 덜커덩덜커덩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레일의 온도변화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각종 전자장비가 선로 주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고속철도건설공단 정종환(鄭鍾煥) 이사장은 “국내 기술진에 의해 제작된 KTX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되고 있는 고속열차 가운데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열차가 탈선해도 사망사고는 없다=2000년 6월 승객 501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영국 런던으로 향하던 고속철도 테제베(TGV)가 영-프해협을 잇는 유로터널 진입 직전 탈선했다. 시속 300km의 초고속으로 달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승객 10명이 경상을 입은 것 말고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1981년 개통된 이후 지금까지 22년 동안 10여 차례 사고가 났지만 사망자는 1명도 없었다는 게 TGV의 자랑.

TGV의 차량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KTX는 안전도 문제에 있어선 한 수 위로 평가된다. 안전기준 자체가 선진국보다 높게 책정됐다. 선로의 굽은 정도가 일본은 반경 4000m이고 프랑스는 반경 6000m인 반면 한국은 반경 7000m로 설계 시공됐다.

고속철도건설공단 김영우(金榮瑀) 차량처장은 “화재 발생시 승객 안전에 이상이 없도록 차량 내장재를 모두 불연재로 사용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세계를 달린다=내년 4월 KTX가 개통되면 한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6번째 고속철도 운영국이 된다. 열차 제작기준으로 보면 프랑스에서 차량을 수입해 쓰고 있는 스페인을 뺀 5번째 국가다. 열차 국산화율도 93.8%에 이른다. 굳이 국산화할 필요가 없는 부품을 제외하곤 모두 국산화한 것이어서 100%에 가깝다는 게 고속열차 차량 제작사인 로템측 설명이다. 따라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실제로 로템은 차량을 미국 중국 유럽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고속철도건설공단도 그동안 축적된 고속철도건설 및 관리 노하우를 중국 등지로 수출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북한을 통과해 중국이나 러시아 대륙까지 연결하는 철도시대가 개통되면 고속열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남겨진 해결 과제=KTX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고속철도 선두주자인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 이미 차세대 고속열차에 대한 기술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2일 자기부상열차의 주행시험에서 시속 581km로 달려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일본 연구진은 더 이상 속도를 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추가 주행시험은 실시하지 않고 대신 실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에 집중할 방침으로 전해진다. 꾸준한 기술개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대전, 대구 구간의 지상·지하화 논란이나 중간역 설치 문제 등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도 KTX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 밖에 KTX 운영을 맡은 철도청의 철도공사화 전환 작업이 철도노조의 반대 등에 부딪혀 늦어지고 있는 것도 KTX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고속철도 시설 비교
구분구간(연장)개통시기최고속도(km/h)운영 주체
한국 고속철도서울∼부산(412km)서울∼목포(411.4km)2004년 4월300철도청
일본신칸센도카이도도쿄∼신오사카(515km)1964년 10월270JR(민간주식회사)
산요신오사카∼후쿠오카(554km)1972년 3월240
도호쿠오미야∼모리오카(497km)1982년 6월240
조에쓰오미야∼니가타(270km)도쿄∼니가타(300km)1982년 11월1985년 275
프랑스TGV동남선파리∼리옹(426km)1981년 9월270SNCF(공사)
대서양선파리∼르망, 투르(280km)1989년 9월300
북부선파리∼릴, 칼레(333km)1993년 5월300
지중해선발랑스∼아비뇽∼몽펠리에2001년 6월300
독일 ICE하노버∼뷔르츠부르크(327km)1991년 5월280DBAG(정부출자회사)
만하임∼슈투트가르트(100km)1991년 5월280
스페인 AVE마드리드∼세비야(471km)1992년 4월270RENFE(공사)
마드리드∼바르셀로나(651km)2004년 중250∼350
자료:건설교통부, 철도청

▼특별취재팀▼

허승호(경제부차장·팀장)

황재성(경제부)

이기진(사회1부·대전)

이재명(사회2부·수원)

박원재(도쿄특파원)

박제균(파리특파원)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