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형제 살해 ‘치정 복수극’…"헤어지자" 요구에 앙심

  • 입력 2003년 12월 1일 18시 28분


사귀던 벤처기업 사장이 만나주지 않는 데 앙심을 품고 이 사장의 두 아들에게 독극물을 먹여 숨지게 한 20대 여성 용의자가 사건 발생 1년9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1일 이모씨(26)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공범 하모씨(27)는 지난달 27일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2월 20일 오후 2시45분경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모 아파트에 살고 있는 벤처기업 대표 A씨의 집에 미리 갖고 있던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A씨의 두 아들(당시 11세, 8세)에게 청산염을 먹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2시간 후 귀가한 A씨의 부인이 경찰에 신고했으며 현장에서는 청산염이 든 플라스틱 약병 2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2년여 동안 사귀던 A씨가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한 데 앙심을 품고 전 직장의 동료인 하씨에게 카드빚 500만원을 대신 갚아 주겠다며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초등생 독극물 살해사건 개요
2001년 9월과 2002년 1월이씨와 하씨가 A씨 아파트 사전 답사
2002년 2월 20일이씨와 하씨, A씨의 아들 형제 살해
2002년 4월이씨, 협박 혐의로 구속돼 벌금형 선고받고 출소
2003년 7월∼11월 17일이씨, 미국 싱가포르 등지에서 체류 후 귀국
2003년 11월 27일경찰, 하씨 구속 및 자백 받아냄
2003년 12월 1일경찰 이씨에 대해 구속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이씨의 부탁에 따라 서울 성동구 모 화학회사에서 청산염을 구입했으며 범행 전 이씨와 함께 두 차례 A씨 아파트의 동 호수와 폐쇄회로(CC)TV 위치 등을 확인했다는 것.

하씨는 경찰에서 “범행 당일 나는 계단에서 망을 봤으며 이씨는 아이들이 귀가한 것을 확인한 뒤 청산염이 든 플라스틱 약병을 주머니에 넣고 아파트로 들어갔다”며 “곧이어 ‘엄마야, 악’ 하는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 집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문이 잠겨 있었고 몇 분 뒤 이씨가 나와 ‘모든 게 끝났다. 고맙다’고 말한 뒤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흉기로 아이들을 위협한 뒤 강제로 청산염을 먹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물증이 없어 이씨가 A씨와 가족에게 편지와 전화로 불륜관계를 알리며 협박한 사실을 밝혀내고 협박 혐의로만 구속했었다.

이씨는 모 지방 국립대 출신의 재원으로 미모에다 머리까지 비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모든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하씨와 대질 신문을 벌일 예정이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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