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신라 왕궁 쓰레기장 첫 발견

  • 입력 2003년 11월 27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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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월성(月城·사적 제16호) 인근에서 신라 왕궁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보여주는 쓰레기장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27일 위덕대 박물관에 따르면 신라시대 왕궁으로 사용된 월성의 남천(南川) 방향 성벽의 바로 바깥에 있는 낭떠러지에서 5~7세기 신라시대 토기인 굽다리접시 파편을 비롯해 조개껍질 11종 24점, 동물의 뼈 6종 9점 등을 채집했다.

발견된 조개껍질은 전복과 소라, 백합, 홍합, 두드럭고둥, 삿갓조개, 떡조개 등으로 다양해 굴껍질이 대부분을 차지한 기존 선사시대 해안지방의 패총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위덕대 박물관 박홍국(朴洪國) 교수는 “전복 등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채취되는 고급 패류이며 두드럭고둥은 3~5월에, 백합은 여름에 각각 잡힌다”며 “이는 당시 신라 왕궁에 계절별로 해산물이 공급되는 등 식생활 수준이 아주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또 신라 왕궁이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는 감포와 포항 울산 등지에서 직선거리로 26∼40km 정도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당시 왕실이 상당한 권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이번에 발견된 동물의 뼈 중 사슴과 멧돼지 등은 사냥을 해 먹었으며 말과 개 등은 가축으로 사육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동물의 뼈 등을 감정한 서울대 박물관 특별연구원인 이준정(李俊貞) 박사는 “월성 쓰레기장은 이미 조사된 고분이나 건물터 등과는 달리 신라 왕궁의 식생활과 동물이용 양상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최초의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주=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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