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16세’ 6명 살리고 지다…뇌출혈 고교생 장기기증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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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상태에 빠진 고교생이 장기를 기증해 여섯 명이 새 삶을 얻게 됐다.

23일 부산백병원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 부산본부에 따르면 최근 뇌출혈 증세로 뇌사 판정을 받은 부산 모 고교 1학년 이모군(16)의 가족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 20일 각각 5명에게 심장 간 콩팥 각막 췌장 등이 이식됐다. 백병원은 까다로운 심장이식수술을 위해 의사 15명을 투입해 8시간에 걸친 대수술로 확장성 심근증으로 사경을 헤매던 김모씨(57·여)에게 심장을 이식했다.

또 이날 이군의 몸에서 적출된 간은 서울로 긴급 공수돼 서울삼성병원에서 이식수술이 완료됐다.

콩팥 가운데 하나는 동아대병원에서 6년째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40대 주부에게, 또 하나는 백병원의 한 환자에게 각각 이식됐으며 안구는 각막이식 수술을 위해 보관돼 또 다른 한 명에게 광명을 줄 전망이다.

병원측은 “이군 가족이 장기기증을 신속히 결정해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새 삶을 선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군의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위해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군을 영남지역에서 하나뿐인 뇌사판정병원인 부산백병원으로 옮겼으며, 3차례의 뇌사판정위원회의 결정 직후 곧바로 장기이식에 동의하는 용기를 보였다.

신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식돼 새 생명을 준다면 아들이 살아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건강하고 밝게 살아온 아들이 갑자기 이렇게 돼 믿기지 않지만 이 사실을 알면 아들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군은 17일 갑자기 급성 뇌출혈 증세를 보여 모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료진이 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부산백병원에서 최종 뇌사 판정을 받았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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