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청 女마라톤팀 30대 주부등 아마추어로 구성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8시 06분


취미로 마라톤을 하던 여성들이 정식 선수가 됐다. 대전한밭운동장에서 박원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하고 있는 울산시청 여자마라톤팀 선수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감독, 김은정, 박미옥, 방경희씨. -대전=강병기기자
취미로 마라톤을 하던 여성들이 정식 선수가 됐다. 대전한밭운동장에서 박원근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하고 있는 울산시청 여자마라톤팀 선수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 감독, 김은정, 박미옥, 방경희씨. -대전=강병기기자
취미 삼아 달리다 정식 마라톤 선수가 됐다. 목표도 분명하다. 내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해 세계의 건각들과 겨뤄볼 참이다.

국내 첫 순수 아마추어 출신들만으로 구성된 울산시청 여자 마라톤팀의 박미옥(29) 김은정(35) 방경희씨(32). 김은정 방경희씨는 주부이며 박미옥씨는 미혼. 마라톤 선수가 된 사연도 제각각이다.

박씨는 1992∼94년 천안시청에서 하키 선수로 뛰었다. 95년부터 제빵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97년 교통사고를 당해 장파열로 1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1년반 전. 살을 빼려는 게 목적이었지만 달리다 보니 욕심이 생겨 마스터스대회에도 출전했다. 최고기록은 9월 춘천조선일보마라톤에서 기록한 2시간44분.

평범한 주부이던 김씨는 98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아이 둘을 낳은 뒤 몸이 약해져 매일 골골댔어요.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5km 뛰는 것도 힘들었지만 1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김씨의 최고기록은 2시간52분.

셋 가운데 방씨만 육상선수 출신이다. 경기체고 졸업 후 실업팀 논노에서 2년간 장거리 선수 생활을 했던 것. 96년 결혼한 뒤 두 아들의 엄마가 된 방씨가 운동을 다시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3개월 만에 나간 마라톤 대회 하프코스에서 우승을 했다.

이처럼 이질적인 세 명이 어떻게 만났을까. 바로 박원근 감독(48) 때문이다. 그는 76년과 78년 동아마라톤에서 우승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4월 울산시청 마라톤팀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전주군산국제마라톤대회 여자일반부에서 우승한 박씨와 평소 눈여겨보았던 김씨와 방씨를 뽑아 7월 팀을 창단한 것.

그렇다고 이들이 항상 함께 훈련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 안산 대구에 각각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 대신 박 감독은 훈련스케줄을 e메일로 선수들과 주고받으며 관리한다.

그래도 꿈은 크다. 박 감독은 “아테네올림픽 선발전을 겸한 내년 3월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32분 내 기준기록을 달성해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다음달 중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박 감독의 옛 스승인 배리 매기(74)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훈련을 할 예정이다. 1960년 로마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매기씨는 세계적인 마라톤 지도자로 한국대표팀을 가르친 적도 있다.

뒤늦게 마라토너의 꿈에 도전하는 여성 3인방. 이들이 내년 봄 몰고 올 돌풍이 기대된다.

대전=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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