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 심상찮다…경찰 강경입장으로 선회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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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반대 가스통 시위19일 전북 부안군민들의 원전센터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며 군청 앞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시위하고 있다.[연합]
핵반대 가스통 시위
19일 전북 부안군민들의 원전센터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며 군청 앞에서 가스통에 불을 붙이며 시위하고 있다.[연합]
원전센터 유치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경찰의 대립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전북 부안의 분위기가 '80년 5월 광주'를 연상시킬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원전센터 반대 시위가 벌어진 전북 부안에서는 4개월째 촛불집회를 해온 주민이 강경진압 방침으로 선회한 경찰과 충돌하면서 상호간에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날 시위 진압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모처럼 맘 먹고 '작전' 한번 했다"며 의도적인 진압이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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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에서 경찰은 플라스틱 방패 대신 철제 방패로 무장한 60개 중대 7000여명을 배치했으며, 살수차까지 동원해 보다 공격적인 진압작전을 폈다.

경찰 관계자는 "그 동안은 주동자에 대한 채증이 불충분하고, 주민들을 너무 자극할 경우 시위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유화적으로 시위 진압을 해왔다"며 전북도와 부안군이 이러한 경찰의 태도에 다소 불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위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도 "서울서 본청 차장이 직접 내려와 시위 진압을 지휘했으며, 경찰이 대열에서 낙오한 주민들을 폭행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강경진압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핵대책위 고영조 대변인도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많은 경찰력을 동원, 강경진압에 나서는 바람에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면서 "정부가 핵폐기장 강경방침을 철회하는 날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이날 공기총 1정과 쇠파이프 34개, 쇠스랑 50개, 빈병 130개, 휘발유통 2개 등 수백점의 시위용품을 압수했다며 주민들의 불법 폭력시위가 강경진압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의경 28명이 부상했으나 부안 지역 일부 병원이 치료를 회피해 김제와 전주 등 타지역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전남지방 경찰청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19일 시위에서 부상해 부안읍내 모 병원으로 이송된 전·의경 5명이 시위대의 강한 반발과 병원측의 미온적 태도로 한동안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타지역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또다시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측 관계자는 "주민들과 경찰의 대립이 격해지면서 응급실에서까지 폭력사태가 발생, 관내 병원을 '경찰용'과 '시민용'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경찰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9일 밤 10시 30분경 아담사거리 인근에서 부상당한 전경 1명 등 4명의 경찰이 병원을 찾아왔고, 이들을 '경찰용'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려던 순간, 시민들이 경찰을 폭행했다"면서 "직원과 대책위 사람들이 주민들을 말린 후, 다친 경찰들을 치료해 새벽 3시경 김제 중앙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치료를 맡았던 응급실의 한 간호사는 "한 경찰의 머리가 두군데 찢어져 봉합수술을 했으며, 주민들이 병원을 떠난 후에 다른 병원으로 후송했다"면서 "80년의 광주를 연상케 하는 밤이었다"고 말했다.

▼또다시 촛불시위…큰 마찰 없을 듯▼

20일 부안군 핵대책위는 10여개면에서 면단위별로 결의대회를 갖고 주민투표에 대비해 표 단속에 들어갔다.

한편 이날 오후 7시30분으로 예정된 부안수협 앞의 촛불집회는 전날 시위에서 대부분의 시위용품이 경찰에 압수되고, 참가규모가 1500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여 큰 마찰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성관 행자장관 일문일답

부안=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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