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발된 200억원’은 또 뭔가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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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장 목소리가 큰 정당은 민주당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이 문제에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듯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과연 그처럼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하고 ‘친노(親盧)’그룹이 우리당으로 쪼개져 나갔지만 노 대통령은 엄연히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다. 그런데도 자신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잇달아 노 대통령과 우리당만을 공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노 캠프의 선거자금 관리에 부정이 있었다면 우리당과 민주당을 ‘공범’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민주당의 대선자금 전용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대선 당시 노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우리당 정대철 의원은 어제 “민주당 후원금 200억원이 비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대위원장이 된 후 회계장부를 보니 돈이 있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친노’측 인사들도 노 후보와 반목했던 중앙당 지도부가 선거캠프에 거의 돈을 주지 않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여기에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대선 기간 이상수 의원이 찾아와 ‘당신들이 민주당에 준 돈은 그들이 다 쓰고 우리는 한 푼도 못 쓴다’고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비주류 지도부가 횡령이라도 한 듯 몰아세우기 위한 선전전”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다. 민주당은 중앙당 후원금 모금규모와 사용명세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민주당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대선은 민주당 간판으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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