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출신 수능출제위원 선임 물의…초빙교수자격 언어영역 담당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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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강의 경력이 있는 모 대학 초빙교수가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이었던 사실이 12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언어영역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서울 S대 초빙교수 P씨(42)는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대입학원에서 논술 특강을 한 적이 있으며 P씨의 석사학위 논문 주제인 칸트에 관한 글이 올해 수능에서 지문으로 출제됐다.

명문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P씨는 대학 시간강사와 학원 강사 등으로 일해 왔으며 지난해 3월 1년 기한의 서울 S대 초빙교수가 된 뒤 올 3월 재계약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P씨가 논술 강의로 학원가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출제위원으로 선정해 수능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 수능 이후 ‘학원 강사가 수능 예상 지문(칸트 관련 지문 포함)을 적중시켰다’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해 출제위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종승(李鍾昇)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선정 과정에서 위원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검증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보안상 출제위원 선정 작업기간이 짧아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고 사과했다.

이 원장은 또 “P씨의 철학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칸트에 관한 것이었지만 언어영역의 해당 지문이 이 논문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P씨가 S대와 전임교원에 준하는 대우로 고용계약을 했기 때문에 ‘대학 전임교원이나 평가원 중진연구원,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이 있는 자’라는 평가원의 수능 출제위원 자격 규정을 충족시킨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장기원 대학지원국장은 “교수 신분으로 사설학원에서 특강을 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해당 대학에 P씨에 대한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하고 평가원에도 교육부총리 명의로 주의를 촉구하는 기관경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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