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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1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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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2동에 본사가 있는 ㈜모텍스는 1980년 설립된 부천의 대표적인 토박이 기업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가격표시기는 가격이 인쇄된 테이프를 각종 제품에 붙이도록 만든 장난감 권총같이 생긴 도구. 1개당 가격은 10달러 내외에 불과한 플라스틱 제품이지만 100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등 정밀한 기술과 노하우가 압축돼 있다.
이 회사는 현재 50여종의 가격표시기를 생산하고 있다. 90년부터 80여개 나라에 매년 120억원어치 이상을 수출하는 등 창업 10년 만에 세계시장의 25%를 장악하고 있다.
“테이프 타자기를 생산하던 82년 초 영국 바이어가 가격표시기를 만들어보라고 제의했어요. 당시만 해도 일본 제품이 국내시장을 독점해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결정했죠.”
장상빈 사장(60)은 이 때부터 바이어가 넘겨준 샘플을 갖고 다니며 1년 넘게 분해와 조립을 반복했다. 또 일본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표시기를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 설계이론을 독학으로 배웠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83년 개발에 성공하자 일본제품 판매상들은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며 가격을 낮추고 물량공세를 폈다.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그 해, 정부는 의약품 표준가격제 실시 방침을 발표했다. 그 후 전국 1만3000여개 약국과 제약회사 등에서 주문이 몰려 국내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회사를 만든 뒤 한번도 은행에서 돈을 빌린 적이 없다는 장 사장은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세계에서 5번째로 가격표시기 특허를 따내는 등 20여종의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98년에는 국립기술품질원이 품질경쟁력 5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최근 16종류의 전자저울을 선보였으며 곧 체지방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체중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출근하면 직원들에게 명언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고 항상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92년에는 임금을 42%나 올려주었다. 회사의 살림살이를 매년 공개하고 이익을 직원과 함께 나누기 때문에 이 회사에는 아직 노동조합이 없다.
그의 애창곡은 서태지의 ‘울트라 맨’과 이정현의 ‘아리아리’ 등 신세대가 즐겨 부르는 노래들이다. 나이에 맞게 현실에 순응하면서 스스로 늙는 길을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이 어려워 가족들이 굶고 차비가 없어 걸어 다니며 흘렸던 눈물을 항상 기억한다”며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내년에는 세계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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