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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1월 9일 2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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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서 나는 속상합니다.”(외국인 근로자)
8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구월1동 남동경찰서 민원실에 설치된 ‘외국인 범죄피해 신고센터’를 찾아 온 필리핀인 메인 라리(27)가 서툰 한국말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라리씨의 하소연이 끝나자 이 센터에서 근무하는 보안2계 소속 이천근 경사(51)가 그의 회사로 전화를 걸어 해결에 나섰다.
남동경찰서가 올 5월부터 남동공단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범죄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남동공단에는 1만2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나 이 가운데 절반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인권침해는 물론 사업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센터에는 이 경사를 비롯해 손병하(51), 박응창 경사(45) 등 실무교육을 받은 3명의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다.
접수되는 민원의 약 80%는 임금체불 문제. 대부분 경인지방노동청에 넘기지만 먹고 살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하면 직접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해결에 나선다. 생활고는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는 조선족 박모씨(62)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김모씨(23)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불법체류자인 박씨가 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고 김씨가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준 뒤 600만원을 가로챈 것.
임금체불 민원은 중재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지만 사업주의 범법행위가 드러나면 엄중하게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 경사 등은 센터에 앉아 들어오는 신고만 접수하는 것은 아니다.
매주 금요일은 ‘현장 방문의 날’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는 중소기업과 이들이 모여 사는 남동구 논현동 다세대주택가와 간석3동 농장마을 등을 돌며 피해사례를 수집한다.
부당하게 해고된 근로자에게는 7개 외국인인권단체 등의 소개를 받아 일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20여명에게 새로운 직장을 알선했다.
이 경사는 “우리가 베푸는 조그만 친절이 한국을 ‘편견과 차별의 나라’로 생각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한다”며 “한국인과의 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아 국제결혼 절차에 대한 상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동경찰서는 내년에 경찰관 2명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센터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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