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산사회복지상 받은 대구대 동아리 '굿윌'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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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깊어지니까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는 갈수록 얇아지네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질기다. 비장애인과는 어딘가 다르고 모자라고 어색하다는 느낌이 먼저 끼어들기 쉽다. 이같은 느낌이나 편견이 ‘비정상적’이라고 깨닫기도 쉽지 않다.

대구대(총장 이재규·李在奎)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83년 6월 ‘굿윌’(좋은 의지)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정서장애아동을 위한 학교인 대구덕희학교(남구 대명3동)에서 ‘아이들 교육이 너무 힘들다’며 특수교육학과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대학생들은 이 때부터 지금까지 정서장애 아동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덕희학교를 찾아 공부를 함께 하면서 이들이 마음을 열도록 도왔다. 선배들이 졸업을 하면 후배가 그 자리를 이어간 지가 어느새 20년이나 흘렀다.

‘굿윌’은 주위의 추천으로 아산사회복지상 청년봉사상 수상단체로 결정돼 11월 25일 서울에서 상(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우리가 더 많이 배우고 있는데 봉사상이라니 어색해요. 특수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장애아동에 대한 마음은 우리부터 닫혀있었어요. 아이들이 오히려 이런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줬습니다. 이제야 장애를 보는 ‘닫혔던 눈’이 뜨이는 것 같습니다.”

4년째 정서장애 아동과 함께 한 굿윌의 최고참 박영빈(朴英彬·22·치료특수교육과 4년)씨의 말이다.

박씨는 “행동이 공격적이어서 위험하기도 한 정서장애 아이들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정서장애인도 ‘다를 뿐’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년별로 5∼6명씩 20여명으로 구성된 굿윌은 봉사회원을 선발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지원서를 낸 후보 학생을 대상으로 밤늦도록 실습과 면접을 한 뒤 투표로 적임자를 가려낸다. 쉽지 않은 일이어서 그만큼 책임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나 도와만 줘야 한다는 태도는 모두 편견이라고 봅니다. 그냥 비장애인보다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좀 늦고 다를 뿐이죠. 공격성을 가진 정서장애 아동은 애정 표현을 ‘툭’ 칠 수 있어요. 장애라기보다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이해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애를 보는 눈부터 바꿔달라’고 호소하는 민윤기(閔允基·21·중등특수교육과 3년)씨의 말이다.

굿윌의 활동을 처음부터 지켜본 이 대학 특수교육학부 김용욱(金容郁) 교수는 “봉사활동을 이렇게 철저한 자세로 해내는 학생들은 처음 봤다”며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앞날이 밝다”고 칭찬했다.

대구덕희학교는 굿윌을 위해 학교에 별도로 연구실을 마련해줬다. 이수창(李秀昌) 교장은 “교사 40명이 200여명의 정서장애 아동을 제대로 지도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한결같은 굿윌 봉사단에 교사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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