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캠프 대선자금 공방 일단 숨고르기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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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자금을 둘러싸고 극한 공방을 벌였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30일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열린우리당의 대선자금 의혹을 비판했지만 강도는 누그러졌다. 추가 폭로도 없었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개혁하겠다는 신당 사람들이 대선 불법자금과 직접 연루됐다”며 “검찰이 여야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으면 특검과 국회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고삐를 당겼다. ‘이중장부’ 의혹을 주도한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선관위에 신고된 장부는 허위영수증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가계부 같은 비밀장부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노관규(盧官圭) 예결위원장의 폭로는 정당의 관행을 지나치게 무시한 것 아니냐” “정당회계 상 그 정도는 관행이지 허위 회계는 아니다”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당의 취약한 재정에 타격을 줄 수 있는데도 선대위의 당 재정서류를 폭로에 활용하는 것은 민주당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진흙탕 싸움에 빠지면 개혁 이미지만 실추될 뿐”이라며 일단 민주당의 공세를 비켜가면서 모든 정치권 대선자금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정동채(鄭東采) 홍보기획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지난해 대선자금 폭로에 시간을 두고 지혜롭게 대처하기로 했다”며 “한때 우당이었던 민주당에 대해 마구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한나라당의 SK비자금 100억원 비리를 감출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대선 당시 선대본부 소속 의원 대부분이 열린우리당으로 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작심하고 내지르는 ‘폭로’에 일일이 대응해봐야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평수(李枰秀) 공보실장도 “SK 비자금 사건으로 모처럼 한나라당의 검은 비리가 드러났는데 민주당이 ‘발목’을 잡는 바람에 호기를 놓쳤다”며 “창당준비위원회 구성에 맞춰 민주당이 내놓은 폭로인 만큼 신속하게 대응해서 빨리 공방을 끝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상수 의원도 “이제 모든 것은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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