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쟁점/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58분


“연간 700만명에 이르는 해외 여행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면세품 구입처를 해외에서 국내로 돌릴 수 있어 외화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

“세관의 감시업무에 지장을 주고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놓고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이 최근 인천공항에서 현장실사를 벌인데 이어 재정경제부와 관세청 등의 의견을 듣고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 논란=현행 관세법은 해외 반출 목적으로만 면세품을 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입국장에는 면세점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해외여행 자유화로 내국인 출국자가 급격히 늘자 한국공항공사와 한국관광공사는 10년 전부터 김포공항 입국장에 면세점 설치를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수차례 관세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세관의 보안 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됐다.

2001년 3월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다시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인천공항공사는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경쟁 공항에도 입국장 면세점이 있다”며 일단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내 120평을 면세점 공간으로 확보했다.

국회의원 29명은 올 초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팽팽한 대립=인천공항공사는 2002년 9월∼2003년 5월 4차례에 걸쳐 출국자 7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5%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해외여행객 대부분이 출국 때 산 면세품을 들고 다니다 귀국하는 실정”이라며 “여행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술 화장품 기념품 등 선물용 상품을 주로 파는 소규모 면세점을 입국장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면세점을 여행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구석 2곳(각 60평)에 만들어 세관 업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입국장이 붐비게 되는 것은 물론 면세점 종사원과 우범 여행자가 결탁해 총기, 마약 등이 밀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공항에는 입국장 면세점이 없다”며 “양주 담배 화장품 등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