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父情…"병원비 감당못해" 전신마비 딸 호흡기 떼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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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딸의 인공호흡기를 차단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전모씨(49·무직)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12일 오후 9시40분경 용산구 후암동 자신의 집에서 가정용 산소호흡기의 전원을 꺼 자신의 딸(20)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전씨는 6년 전 희귀병으로 전신마비가 된 딸을 보살펴 오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숨진 전씨의 딸은 의식은 있으나 스스로 호흡하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왔으며 1년에 한두 달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은 전씨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집을 팔고 현재 살고 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의 집으로 옮길 정도로 딸의 치료에 힘썼다고 덧붙였다. 택시 운전을 하다 6개월 전 그만둔 전씨는 그동안 딸의 치료를 위해 2억여원을 쏟아 부었다.

전씨의 딸이 사용하던 2000만원 상당의 인공호흡기는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사연이 소개된 뒤 시청자들이 보내온 기부금과 8월 말 병원에서 퇴원할 때 의사들이 모아준 돈으로 구입한 것. 전씨는 범행 직후 부인에게 “내가 딸을 죽였다”고 말했고 부인의 신고로 딸의 장례식장에서 붙잡혔다.

전씨는 경찰에서 “딸의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딸년을 죽인 죄인이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숙였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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