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공청회]"수능점수제 폐지 사교육 되레 조장"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41분


코멘트
14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주관하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 전국 순회 첫 공청회가 대전 교육청 강당에서 열렸다. 대전과 충남북 지역 교사와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점수제에서 등급제로 전환하는 방안(본보 10월 14일자 A30면 참조) 등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토론이 벌어졌다.

충남대 김두정 교수(교육학과)는 “KEDI의 방안은 종전의 교육개혁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일부 교과목만 평가하게 되면 평가를 하지 않는 과목이나 해당 과목 교사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교육 등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정치인이 아닌 교육 전문가들의 손에 교육을 맡기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수능과 관련, 대학의 전형방식과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전 만년고 전용우 교사는 “내신(학교생활기록부) 성적의 비중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대학은 이를 신뢰하지 않고 수능 점수만을 중요시한다”면서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습의 양과 질을 소화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동대전초등학교 학부모 대표로 토론에 참가한 윤정숙씨는 “수능 점수제를 폐지하면 변별력이 없어져 또 다른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주부교실 이숙자 사무국장은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교육 담당자와 수요자들이 큰 혼란에 빠지고 상호 불신만 키워왔다”며 “이번 대책도 큰 틀에서 보면 새로운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수능 점수제를 폐지하면 대학들이 논술고사의 비중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입시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