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10가구중 1가구 '절대빈곤'

  • 입력 2003년 10월 1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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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가구 100가구 가운데 11가구 이상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100가구 중 6가구였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내놓은 ‘소득분배 국제 비교를 통한 복지정책의 향상’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가구가 전체의 11.46%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최저생계비는 가구원 수에 따라 다른데 4인 가족의 경우 92만8398원이다. 1996년에는 절대빈곤층 비율이 5.91%였다.

절대빈곤 상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은 뒤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 가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최저생계비는 소비자 물가가 오르면서 해마다 올라가는데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 전체 평균 소득의 40% 아래를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 가구 수도 2000년 현재 11.5%로 96년의 7.6%보다 급증했다. 절대빈곤층 비율은 영국 5.7%(1999년), 핀란드 2.1%(2000년) 등으로 유럽이 낮고 미국은 10.8%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유경준(兪京濬) KDI 연구위원은 “경제가 효율을 강조하는 경쟁체제로 나아갈수록 탈락하는 절대빈곤층이 늘게 되므로 이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의 복지정책은 애매한 개념인 ‘중산서민층’이 아니라 ‘절대빈곤층’에 초점을 맞춰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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