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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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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이나 해외장기유학이 부담스러운 중산층 이상 고학력자들이 그 대안으로 MBA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
MBA는 준비기간을 합쳐 학위 취득에 걸리는 기간이 3∼5년 정도로 박사학위 취득보다 상대적으로 짧고, 취득 후 직장 선택의 폭이 넓다. 특히 학위를 취득한 학교의 인턴제도 등을 활용하면 현지 취업의 가능성이 높은 점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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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비용 대비 취업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2000년 이후 주춤했던 MBA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 유학컨설팅사에 상담자가 몰리고 있다. 또 MBA 입학에 필요한 GMAT 강좌가 서울 강남 등지 어학원에서 대거 개설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MBA 지원자들에게 ‘대표 컨설팅’으로 알려진 JCMBA 컨설팅의 경우 올 들어 9월 말까지 신규 가입한 회원(1만명)이 작년 한 해 동안 가입한 총회원수(8700명)보다 많다. 주말반이나 특강반에는 평일에 강의를 들을 수 없는 직장인들이 몰려 수강생 일부는 서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27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MBA 유학박람회’에는 620명이나 등록했다. 박람회장에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온 젊은 부부들도 상당수 있었다.
박람회가 열리기 전 호텔에서 미국의 3개 대학 입학허가 담당자와 비공식 인터뷰를 한 조모씨(32·회사원)는 “미국에서 사는 것이 목적이라 현지 취업이 가능한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지 취업이 선진국에서 대접받으며 정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현지 취업을 하지 못한다면 2억∼3억원을 들여 나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박람회장을 찾은 김모씨(28)는 MBA 준비를 위해 5월 말 다니던 대기업 계열사를 그만 둔 경우. 성과급을 제외한 연봉이 2950여만원이었던 김씨는 “총 2억원의 비용을 예상하고 있지만 비용은 상관없다”며 “아등바등하는 회사원 생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인생의 ‘막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을 가고는 싶지만 외국에서 단순 노동을 하기는 꺼림칙하고, 그렇다고 충분한 정착비용을 모아 둔 것도 아닌 젊은층에 MBA가 일종의 ‘통과의례’로 인식되고 있는 것.
JCMBA 정병찬(鄭秉贊·39) 대표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MBA를 가는 이유가 일종의 신분상승을 위해서였으나 요즘은 실질 취업을 위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이 과거와 달리 톱10을 고집하지 않고 50위권 대학이면 아무 곳이나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상담자들은 30∼35세가 대부분이며, 1억∼2억원 정도 드는 비용을 다시 회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주로 인생의 전기(轉機)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JCMBA 컨설팅의 신규가입 회원수 | |
| 연도 | 신규회원수(명) |
| 2000년 | 6,000 (17,300) |
| 2001년 | 6,000 (23,300) |
| 2002년 | 8,700 (32,000) |
| 2003년(9월25일 현재) | 10,000 (42,000) |
| ()안은 총회원수. | |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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