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승객 자유로 내려 놓아 사망케한 택시운전사 입건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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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전사가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놓은 만취 승객이 다른 차에 치여 숨졌다면 이 택시 운전사와 승객을 친 승용차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경기 고양경찰서는 7월 29일 0시35분경 경기 고양시 덕양구 신평동 자유로변에 승객 박모씨(32)를 내려놓고 가 박씨가 승용차 2대에 잇따라 치여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상)로 26일 택시 운전사 박모씨(40)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를 친 김모씨(34)와 정모씨(30) 등 승용차 운전자 2명은 혐의가 없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김포공항 앞에서 택시를 타고 고양시 일산으로 가던 만취 상태의 승객 박씨가 운행 중 자주 문을 여닫자 택시 운전사 박씨가 요금을 포기한 채 자유로 도로변에 내려놓았다는 것. 택시 운전사 박씨는 택시경력 2개월째였다.

사고 당일 폭우가 쏟아졌고 자동차전용도로인 자유로가 철책선과 방음벽으로 막혀 박씨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도로변을 걷다가 차량 2대에 잇따라 치여 숨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김포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아준 승객 박씨의 친구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택시 운전사의 차량운행 기록기를 통해 출발지점에서 11.4km 떨어진 지점에 승객 박씨를 내려놓은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당초 택시 운전사가 승객을 안전하게 운송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났고 유기치사상 혐의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되므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지휘한 검찰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수차례 보강 수사를 지시해 사건 처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검찰은 “범죄 의도가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법리상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무리한 구속보다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 위해 구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승객 박씨를 친 차량의 과속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도로교통안전협회에 정밀 조사를 의뢰한 결과 과속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아내 두 운전자를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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