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마찰빚는 분당→수지 우회로 '토끼굴'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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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밑을 통해 경기 성남시 분당과 용인시 수지를 잇는 지하차도인 일명 토끼굴. -성남=이재명기자
경부고속도로 밑을 통해 경기 성남시 분당과 용인시 수지를 잇는 지하차도인 일명 토끼굴. -성남=이재명기자
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주상복합건물인 시그마Ⅱ 앞.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하행 방향으로 1km 가량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이 도로는 편도 3차로.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23호선 용인 수지 방면으로 우회전 하려는 차량과 분당 오리역으로 좌회전 하려는 차량이 한 차로씩을 차지해 직진 차량들이 한꺼번에 중앙차로로 몰리면서 큰 혼잡이 빚어졌다.

이 같은 혼잡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경부고속도로 밑을 관통해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와 국지도 23호선을 잇는 길이 35m, 폭 2.5m 지하차도인 일명 ‘토끼굴’. 이 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상시 정체구간이다.

도로 아닌 도로인 바로 이 토끼굴을 놓고 성남시와 용인시가 사활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

성남시는 “작은 도로를 막아야 큰 도로가 뚫린다”며 이달 말경 이 도로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용인시는 “작은 도로를 막으면 큰 도로가 더 막힌다”며 폐쇄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끼굴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밑으로 경운기가 오고갈 수 있도록 만든 농로(農路). 하지만 지금은 용인 죽전사거리 등의 정체를 피해 분당에서 수지로 우회하는 지름길로 활용되고 있다.

성남시는 시그마Ⅱ 앞의 시간당 교통량 1987대 가운데 24%인 476대가 토끼굴을 이용해 수지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 아니다”=도시계획법상 토끼굴은 도로가 아니다. 성남시는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정체를 줄이려면 토끼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성남시는 3일 정오 덤프트럭으로 토끼굴의 출입구를 봉쇄했다. 그러나 용인시와 수지 주민의 반발에 부닥쳐 6시간 만에 차량통행을 허용해 불시 ‘봉쇄작전’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2001년 12월에도 성남시는 토끼굴을 막으려다 용인시 공무원들의 육탄공세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국지도 23호선의 교통체증은 너무 많은 신호체계 때문”이라며 “이를 개선하면 토끼굴을 막더라도 교통소통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데도 용인시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명백한 도로”=용인시는 토끼굴이 지목상 분명히 도로라며 성남시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토끼굴을 막을 경우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에서 수지로 빠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금곡IC의 정체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

용인시 관계자는 “국지도 23호선의 신호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만 분당과 수지를 잇는 대체도로를 개설하기 전에 토끼굴을 막는다면 수지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봉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성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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