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만에 복직하는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

  • 입력 2003년 8월 29일 19시 00분


2000년 6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학교를 떠난 마광수 교수(52·사진)가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부교수로 복직한다. 국어국문학과 관계자는 29일 “마 교수가 복직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밟고 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강단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임용에서 탈락된 뒤 우울증과 위염으로 투병하며 자택에서 칩거해 온 마 교수는 9월 1일부터 매주 월, 목요일 국문과 전공과목인 ‘문예사조사’ 강의를 맡을 예정.

마 교수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으로 전화해 그동안의 생활과 복직 소감 등을 들어보았다. 그는 오랜 정신적 힘겨움 때문인지 말을 이어나가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는 “최근 교내외의 여러 인사들이 다시 강단에 설 것을 권했고, 다행히 과에서도 받아들여졌다”고 복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의 생활에 대해 그는 “글도 못 쓰고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집안에만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음란물 제조반포 혐의로 구속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형사사건으로 고발된 자는 교원의 직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학교 규정에 따라 처음 교수직을 내놓았다. 98년 사면복권되어 복직했지만 2000년 6월 연세대 국문과 및 문과대 인사위원회의 재임용 심사에서 ‘논문실적이 부실하다’는 이유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논란 끝에 휴직계를 내고 두 번째로 학교를 떠난 그는 2002년 8월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고, 너무나 조심스럽습니다. 여러 가지로 두려워요.”

그는 “인터넷으로 사이버 시위를 벌이는 등 나 때문에 수고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새 학기에 한 과목만 맡는 것에 대해 “복직 자체가 너무 갑자기 이뤄져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힘들어서 한 과목만 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일간지에 연재했던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책으로 내려고 정리 중인 그는 자꾸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시 소설을 쓴다면 지금까지보다 사변적이고 무거운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3년 동안 내면에서 도피처를 찾았고 내면으로 자꾸만 빠져들었기 때문이죠.”

‘새로 만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무엇이냐’란 물음에 그는 “힘들더라도 ‘자유정신’만은 끝까지 유지하자. 그게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다”라고 말을 맺었다. 처음으로 그의 말끝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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