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긴급체포…2000년 現代서 수십억~수백억 받은 혐의

입력 2003년 8월 11일 22시 04분

‘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11일 현대측에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권노갑(權魯甲) 전 민주당 고문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권씨는 2000년 4·13총선을 전후해 현대측에서 수십억∼수백억원을 받아 이 중 일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씨를 상대로 이 돈이 2000년 총선 자금으로 쓰였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으며, 알선수재 등 혐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12일 중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에 대한 1차 소환 조사에서 현대가 권씨 등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가 현대측에서 받은 돈은 정 회장 등 현대 관계자들이 특별검사 및 검찰 조사에서 박지원(朴智元·구속)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150억원과는 별개라고 검찰은 전했다.

권씨는 2001년 검찰이 재수사한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관련, 진씨에게서 금융감독원 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통해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편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세탁한 뒤 미국으로 출국한 김영완(金榮浣)씨가 ‘현대측의 비자금 150억원을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증빙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1일 김씨의 변호인을 대검으로 불러 김씨가 전달한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제출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씨가 제출한 자료를 1차 검토한 결과 현대비자금 사건을 푸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자료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현대측이 박 전 장관에게 전달한 150억원 이외에도 권씨에게 전달된 거액의 세탁 과정에도 자신이 개입했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귀국 문제에 대해 “김씨와 변호인 등을 상대로 자진 귀국을 설득하고 있으며 계속 귀국을 거부할 경우 추후 조치를 취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귀국 거부시 강제 송환 절차를 밟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97년 이후 권노갑의 인생역정 ◈

△1997년2월=권노갑 국민회의 의원,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2억5000만원 수수한 사실 시인. 구속 수감
△1997년6월=1심 재판에서 특가법상 뇌물수수죄와 알선수뢰죄로 징역 5년 선고
△1998년8월=8·15특사로 사면 복권. 일본으로 외유
△1999년2월=귀국 후 국민회의 고문으로 추대돼 정계 복귀
△2002년5월=MCI코리아 대표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
△2002년7월=1심 재판에서 진씨로부터 뇌물받은 혐의로 징역 1년, 추징금 5000만원 선고
△2002년8월=지병인 당뇨병 때문에 법원의 형 집행 정지 결정받아 석방
△2003년2월=TV 인터뷰를 통해 "명예회복을 위해 2004년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겠다" 며 정치 재개 선언
△2003년7월=항소심에서 무죄 판결. 김대중 전 대통령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가 면담
△2003년8월=현대 비자금 받은 혐의로 서울 동부 이촌동 자택에서 검찰에 긴급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