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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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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다시 보기=고건(高建) 국무총리는 9일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초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선 구속된 한총련 학생 12명이 ‘범인’으로 지칭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북한핵 해결을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를 터뜨린 한총련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소 유화적이었던 내부 기류도 강경 대응쪽으로 급선회한 분위기이다.
▽한총련 합법화 물 건너가나?=정부의 한총련 종합점검 결과에 따라 한총련 합법화 문제는 계속 추진되느냐, 당분간 보류되느냐, 없던 일로 하느냐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그동안 참여정부의 한총련관(觀)은 ‘우호적→5·18 기념식장 난입 직후 강경 선회→이후 발언 자제’로 요약된다.
정부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한총련에 대한 온정주의와 노 대통령도 무게를 실어주는 (그 같은)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정부 일각에서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 결과가 한총련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결론을 속단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는 “9일 회의가 강경분위기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총련 합법화를 고려하는 정부 방침을 되돌려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정부의 초강경 대응은 북한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코앞에 두고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인 상황이란 점이 배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실제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앞으로 수년간 진행될 북핵 문제의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CNN 등 미국 방송이 한국 학생들이 미군 장갑차를 점거한 장면을 방영할 경우 국가 이미지에 결정적인 손상을 줄 것으로 우려한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고 총리가 9일 “한총련의 처사는 국민 정서와도 반(反)한다”고 말한 데는 반미 기류가 한국사회의 주류적 현상이 아니란 점을 ‘바깥세상’에 분명히 해 두자는 심정이 담겨 있다.
▽청와대 움직임=노 대통령은 8일 저녁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동맹국 상호간의 예의를 손상하는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동맹국 관계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한총련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적극 대응 지침에 따라 반기문(潘基文) 대통령외교보좌관은 마크 민튼 주한미국 대사관 대사대리에게, 김희상(金熙相) 대통령국방보좌관은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민튼 대사대리와 러포트 사령관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감사한다”면서 “본국 정부에 한국 정부의 뜻을 그대로 전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특히 러포트 사령관은 “미국측 언론에서 ‘이러한 상황인데도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민감한 질문을 하고 있다”면서 “잘못하면 미국 내에서 언론을 중심으로 반한(反韓) 감정이 다시 확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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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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