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씨 향응파문 새국면]나이트주인, 檢警로비 드러나나

  • 입력 2003년 8월 10일 18시 53분


코멘트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 ‘향응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관련자들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성과와는 별개로 이 사건의 초점은 점차 충북 청주시의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모씨(50) 주변으로 쏠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검찰은 그동안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시 행적을 담은 ‘몰래카메라’ 비디오테이프 촬영자의 신원과 유포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해왔지만 뚜렷한 단서를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실장과의 술자리에 참석했던 이씨 등 관련자들이 ‘몰카’ 촬영 사실을 부인하는 데다 이를 보도한 SBS에서 당시 장면을 찍은 원본 테이프를 입수하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

술자리에서 양 전 실장이 이씨에게서 금품을 받았는지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검찰은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식의 수사라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나왔던 여러 가지 추측에 대해 일정 부분 정리가 됐지만 용의선상 특정한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새로운 첩보가 계속 나오고 있어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씨가 자신을 구속시켰던 A검사를 올 1월과 5월 두 차례 ‘접대’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 전 실장에 대한 향응 제공과 수사무마 청탁, 몰래카메라 촬영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청주지역에서는 이씨가 자신의 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과 경찰에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청주지검과 이씨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대검의 감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주지검 모 계장 등 3명이 2001년 9월 청주시내 한 단란주점에서 이씨 등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이씨가 검찰 인사 등과 광범위하게 접촉했다는 소문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윤락행위방지법, 조세포탈,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내사를 받아 온 이씨가 ‘건재’한 데는 수사기관에 이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 역시 이제 근거 없는 ‘소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양 전 실장에 대한 향응 제공, 몰래카메라 촬영, 수사 청탁 무마, 검경에 대한 로비 등 모든 의혹의 중심에 이씨가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다.

청주=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