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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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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술자리를 찍은 비디오테이프가 TV에 공개되면서 촬영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비디오테이프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유독 양 실장에게만 초점에 맞춰져 있어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촬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디오 촬영 전문가들은 이 비디오테이프가 혼자가 아닌 2인 이상이 동원된 촬영이라고 보고 있다.
양 실장을 촬영한 의도에 대해서는 크게 4가지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인 오원배씨(45)를 정치적으로 음해하려 했다는 설이다. 오씨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공로를 인정받으며 세력을 키우자 이에 불만을 품고 작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오씨는 1일 “음해다. 그러나 현재로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해 이 같은 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동지회’라는 비선라인이 청와대와 직거래를 하고 나서자 이에 불만을 품고 견제용으로 촬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들이 술자리를 한 K나이트클럽의 소유주 이모씨(50)가 촬영했다는 설이다. 현재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씨가 궁지에 몰린 나머지 양 실장을 통해 수사기관에 외압을 넣기 위해 ‘거래용’으로 촬영했다는 것. 이씨가 이미 양 실장의 내방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이트클럽 내부 장면이 촬영된 점으로 볼 때 미리 동선을 따라 카메라를 설치했거나 미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이씨는 언론 보도 후 오씨에게 전화를 걸어 ‘억울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사기관이 거론되고 있다. 경찰은 6월부터 충북지방경찰청 강력계가 조폭 연계 부분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7월 들어 청주세무서의 협조를 받아 탈세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관련 장부와 카드결제 내력, 주류 공급명세 등을 확보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확실한 물증 확보를 위해 이들을 미행 촬영하는 과정에 양 실장이 걸려들었다는 것. 경찰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이미 관련 장부 등을 확보한 상태에서 그 같은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밖에 이씨 소유의 나이트클럽과 경쟁업체에서 촬영했다는 얘기도 흘러다닌다. 지난해에도 K나이트클럽은 청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업소에 검찰이 드나든다”는 투서가 오르는 등 구설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쨌든 대검이 1일 정식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관할 지검을 정해 향응의 대가성 및 비디오 촬영 문제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고, 청와대측도 사안을 철저히 파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검찰이 정식으로 수사에 들어가면 비디오 촬영자의 실체는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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