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유학생 조각난 취업꿈' 번번이 퇴짜… 취객털이 신세로

  • 입력 2003년 7월 3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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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찾아 고국에 온 해외 명문대 유학생이 취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남의 물건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길에 쓰러져 있던 취객의 돈을 훔친 혐의로 캐나다 명문 사립 T대 휴학생 임모씨(24·경영학과 3학년)를 31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R빌딩 앞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김모씨(25)의 명품 손가방 등 30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1995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임씨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힘으로 T대에 다니던 중 생활비 마련을 위해 2년 전 휴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으로 캐나다에서 취직이 마땅치 않던 임씨가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하면 돈벌이가 괜찮다’는 소문을 듣고 4월 입국했다”며 “그러나 최근 불경기로 인해 지난 석 달 동안 취업을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귀국 후 경기 부천시 친척집에서 약 2주간 생활하고 서울로 와 여관방과 사우나 등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도 다 떨어지고 더 이상 친척에게 용돈을 얻어 쓰기도 미안해 일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외국어학원 강사 이모씨(27·여)는 “하루에도 여러 외국인들이 학원강사 취업을 위해 찾아오는 판에 한국인이 외국어학원 강사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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