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특종' 제보자-언론사 맞고소 얼룩

  • 입력 2003년 7월 2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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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DJ가 날 버렸다’, ‘최규선은 DJ의 밀사였다’ 등 ‘최규선 특종시리즈’를 보도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위크> 한국판의 임도경 편집장(당시 취재팀장)이 이 사건을 제보했던 허철웅(40·당시 시공사 단행본사업부 근무)씨에 의해 피소됐다.

허 씨는 최규선(43·미래도시환경 대표)씨의 자서전 대필작가로, 최씨가 ‘DJ정권에서의 활약상’ 등을 진술한 내용의 녹음테이프 9개를 보관해오다 임 편집장에게 건네 기사작성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장본인.

허 씨의 제보를 기초로 만들어진 임 편집장의 기사는 당시 미온적이던 검찰을 자극해 DJ의 3남 홍걸씨를 구속으로 몰아넣었고 말로만 떠돌던 최규선게이트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그랬던 허 씨가 지난 25일 서울지검에 도덕성과 윤리를 문제 삼아 <뉴스위크> 한국판의 임 편집장과 이규진 편집인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허 씨가 이들을 고소한 이유는 크게 △임 기자가 자신과 하지 않은 인터뷰를 마치 한 것처럼 허위로 보도 △기사에서 자신을 최규선씨의 최측근으로 묘사해 명예를 훼손 △기자로서 취재원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사실상 실명에 가깝게 정보를 노출했다는 등 세가지.

허 씨는 같은 날 중앙일보 미디어인터내셔날과 임 편집장, 이 편집인을 상대로 5억원의 민사소송까지 서울지법에 제기했다.

허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자윤리 이전에 사람으로서 윤리, 특히 약자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가르쳐주고 싶어서 고소했다”면서 “나는 올 초에 출가하려다 나이 때문에 출가하지 못한 사람인데 세상에 무슨 욕심이 있겠나. 단지 임 씨가 더 이상 나에 대해 험담하거나 건들지 않기를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허 씨는 이어 “임 씨가 지금이라도 윤리와 도덕성을 회복해 사과 한다면 소를 취하할 생각도 있다”면서 “만약 임 씨처럼 무책임하게 취재원을 노출시키고 사적인 통화내용까지 보도한다면 앞으로 어떤 사람이 언론과 상대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허 씨는 이런 사실들을 이제서야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지난 4월16일 임 씨가 보도한 '20만달러 수수설, 청와대 기획폭로의 진실'이 결정적이었다"면서 "임 씨는 나와 인터뷰도 하지 않았으면서 실명을 거론해 마치 인터뷰한 것 처럼 기사를 썼는데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는 27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기사는)허 씨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것으로 그 녹취록을 보관하고 있으며 △허 씨는 최규선씨가 각종 자료와 사진들을 믿고 맡길 정도로 신뢰했던 인물로 ‘최측근’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고 △취재원 보호여부는 언론사 자체의 독자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 이라고 반박했다.

임 편집장과 뉴스위크측은 또 허철웅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서 국내 처음으로 ‘기자의 취재원 보호의무의 한계와 기준’이 법정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

임 편집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후배였는데 인간적인 관계가 망가져 안타깝다”면서 “이 문제는 어떤 친했던 선후배가 잘 맞아서 ‘작품’을 만들어놓고, 그 결과 선배는 너무 잘나가고 도와준 후배는 상대적으로 잘못돼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임 편집장은 최규선 관련 기사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달의 기자상(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 '한국언론대상' 등 국내 언론계의 권위 있는 상을 싹쓸이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뉴스위크> 취재팀장에서 편집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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