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로 3조원 부당대출 2900억 해외 빼돌려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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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외사부(강인철·姜仁喆 부장검사)는 9일 분식회계로 3조여원을 부당 대출받고 2900여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로 컴퓨터 모니터 제조업체 K사의 전 회장 고모씨(49)를 구속 기소하고 고씨의 동생(47) 등 회사 관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씨는 적자상태인 회사 재무제표를 흑자가 난 것처럼 조작해 97년부터 2001년까지 국민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에서 3조1487억여원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고씨는 허위 재무제표를 근거로 은행권에 회사채보증을 서게 하거나 회사채를 매각하는 방법으로 17차례에 걸쳐 3133억원을 끌어 쓴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고씨는 K사의 미국 자회사에 99년부터 K사가 생산한 컴퓨터 모니터를 외상으로 수출한 뒤 돈을 받지 않거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로 외국에서 조달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방법 등으로 2938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처럼 부당대출 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한때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순위 49위까지 올랐으나 2001년 10월 부도를 내 금융기관들에 4500억원의 피해를 보였다.

검찰은 고씨가 빼돌린 돈으로 조성한 비자금 계좌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거액이 현금 형태로 수시로 출금된 점으로 미뤄 상당 금액이 관계 공무원과 은행 직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K사는 올 2월 코니아테크놀로지에 인수됐으며 현재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정상 운영되고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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