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스마일 먼데이]3년째 대이작도 지키는 송정규 경장

  • 입력 2003년 7월 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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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안부두에서 44km 가량 떨어져 있어 뱃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가야 도착하는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大伊作島). 110여명의 주민이 사는 면적 2.57km²의 작은 섬이다.

송정규 경장(35)은 이 섬에 있는 영흥파출소 대이작초소 근무를 지원해 2001년 2월부터 2명의 전투경찰과 함께 마을의 치안을 담당해 오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70여명이나 되는 이 마을에서 그는 ‘집사(執事)’로 통한다. 고령자가 많아 매일 마을을 순찰할 때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누구보다 집안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뭍에 나가 살고 있는 자녀와 손자들이 보고 싶어 배를 타려는 노인들이 초소에 전화를 걸면 송 경장은 자신의 차로 노인을 부두까지 태워준다. 배가 들어올 때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는 노인이 있으면 역시 차로 집까지 데려다준다.

봄이 되면 그는 몹시 바빠진다. 일손이 달리다 보니 직접 밭농사를 짓고 있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 농작물 재배에 사용할 비료 수백포대를 집집마다 배달해 준다. 또 때론 밭일도 거들곤 한다.

현재 14평 규모의 허름한 관사에서 부인(32)과 이작분교 2학년생인 아들(8)과 살고 있는 그는 지난해 뭍으로 나가 근무할 기회가 있었지만 사양했다.

“어르신들이 남아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 없었어요. 경찰생활 한답시고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힘들게 사는 부모님을 모시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거든요.”

송 경장은 자식 없이 혼자 살던 노인이 숨을 거두면 직접 염습(殮襲)을 하기도 한다. 형사로 근무할 때 가족이 없는 변사자를 병원에서 장의사와 함께 염습해 장례를 치러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 섬에서 노인 8명의 수의(壽衣)를 정성스럽게 입혀주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그는 섬을 찾는 노인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로 변신한다. 1967년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 장소라는 사실과 함께 섬의 역사를 설명하고 큰풀안해수욕장 등 관광명소로 안내한다. 주민이 채취한 자연산 굴과 바지락, 부아산에서 자란 둥글레, 고사리 등 특산물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아내와 아들 모두 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여유가 생기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도 모셔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 경장이 부임한 후 지금까지 대이작도에서는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생기지 않았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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