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A씨(41·재혼)가 신랑 B씨(41·초혼)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B씨는 “회사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니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속여 A씨를 사로잡았다. 이들은 이틀 만에 성관계를 갖는 등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러나 얼마 후 B씨는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다”며 A씨에게서 받은 신용카드로 2400여만원을 빼내는 등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B씨는 1990년 교회에 기도하러 온 부녀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등 실형을 받은 전과만 10회에 달하는 인물이었던 것.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B씨는 “나를 못 믿겠으면 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안해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당시 B씨는 빌린 돈 2000만원을 신부에게 돌려줬다.
이들은 혼인신고 직후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첫날밤 신랑 B씨는 신부가 목욕하는 사이 핸드백에 든 현금 2000만원을 꺼내 그대로 달아났다.
서울가정법원은 26일 A씨가 낸 이혼소송에서 “두 사람이 혼인신고에 이른 경위 등을 살펴볼 때 B씨는 처음부터 혼인생활을 유지할 의사가 없이 혼인신고를 한 만큼 두 사람의 혼인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달아났던 B씨는 올해 1월 버스에서 주운 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구속돼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