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씨 집 강탈사건 10개월간 모의…수차례 현장답사

  • 입력 2003년 6월 26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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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완씨(50)는 어떻게 집에서 현금 수표 채권 등 100억원대의 금품을 강탈당했을까. 경찰 조사 등을 토대로 당시 7인조 떼강도가 김씨의 집에 침입해 금품을 강탈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2002년 3월 31일 오전 11시 반.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씨의 2층 저택(건평 150평, 대지 200여평)이 있는 골목으로 승합차 1대가 들어섰다. 차에는 7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감시조’와 ‘침입조’로 나눠 범행에 착수했다. 일당 중 곽모씨(45)와 권모씨(38) 등 2명은 각각 승합차 안과 골목 입구에서 망을 보며 무전기로 침입조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침입조 5명 중에는 ‘열쇠전문가’로 알려진 김모씨가 있어 대문과 현관문을 드라이버 등을 이용해 손쉽게 열었다. 건물에는 경비업체의 보안 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장갑을 낀 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

범행 전 이들은 이미 이 집에서 일했던 전 운전사 김모씨(40)로부터 집 구조를 들어 내부구조를 훤히 알고 있었다. 대장격인 현모씨(42)는 이미 몇 차례 현장 답사까지 했었다.

이들은 먼저 운전사와 가정부 방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중년의 운전사를 흉기로 위협, 청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은 뒤 반항하는 가정부는 흉기자루로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렸다. 이어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올라간 이들은 방안에 있던 김영완씨를 흉기로 위협해 넥타이로 손과 발을 묶었다. 다른 방에 있던 부인과 아들도 김씨가 있는 방으로 끌고 왔다.

당시 김씨의 서재에는 100억원대 금품이 가방 6개에 담겨 있었다. 현금 7억원이 만원권으로 스포츠 가방에 들어 있었고, 채권과 자기앞수표 골프회원권 등은 서류 가방 5개에 나뉘어 담겨 있었다.

서재에서 금품이 든 가방들을 들고 나온 이들 5명은 곧장 현금과 채권 등을 나눠 갖고 가방은 집 밖에서 불에 태워버렸다. 현씨는 범행의 핵심 인물로 열쇠전문가 김씨와 함께 아직까지 경찰에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전 운전사 김씨는 범행 약 10개월 전인 2001년 6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커피숍에서 당시 Y사 운전사로 일하는 친구 권씨를 만나 처음으로 범행을 제의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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