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NEIS보다 심각한 인권침해

  • 입력 2003년 6월 19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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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때리고 욕설을 하는 겁니까. 학생이 짐승입니까.”

대구시내 한 여고생은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생의 권리도 존중할 가치가 있다’는 제목으로 긴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누가 썼는지 적발되지 않도록 학교 홈페이지가 아니라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가 학생을 때리거나 체벌하는 경우는 종종 일어난다.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50대 교사로부터 따귀를 맞았다”며 격문을 띄우자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했다. 4월에는 경북 칠곡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체벌문제로 인해 등교거부 사태까지 일어났다. 앞서 포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숙제를 해온 학생에게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의 뺨을 때리도록 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기도 했다.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는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전산관리하면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NEIS에 의한 신상정보 유출 ‘우려’가 바로 지금 초중고 교육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 보다 더 심각한 것일까.

전국의 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획일적인 야간자율학습도 말만 ‘자율’일뿐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교 2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억지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붙잡혀 있는 현실이 참 딱하다”며 “이런 것부터 바꾸자”고 말했다.

학교현장에서 흔히 벌어지는 학생 인권침해에는 둔감하면서 ‘유출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은 모순이 아닐까.

이 여고생은 “말로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 학부모 교사라고 하면서 학생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학교라는 공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여고생의 ‘뼈아픈 지적’처럼 빈발하는 체벌 등 교육현장의 문제들이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과연 NEIS보다 그 의미가 덜한 것일까.

중국 쓰촨(四川)성 충칭(重慶)시 교육청은 최근 한 교사가 ‘학생에게 사용해서는 안되는 10가지 금지어’를 공식 채택했다. 이 교사가 제안한 금지어는 ‘바보’ ‘쓸모없는 인간’ ‘너 같은 학생은 어디에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장래가 뻔하다’ 등이다. 중국교육계는 이 금지어가 학생 인권신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법규로 지정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학교에서 학생체벌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이 학생인권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한 수’ 높아 보인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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