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외국인 강사 학원 어떤 곳 보내세요

입력 2003-06-17 16:25수정 2009-09-2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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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영어강사가 가르치는 ‘영어유치원’에서 유아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 EBS-TV ‘PD리포트’는 지난 3월 ‘원어민 강사,그 숨겨진 비밀’편에서 원어민 강사의 실태와 문제점을 추적했다.사진제공 EBS
▼초등학생 사이에서 원어민이 가르치는 영어학원이 인기다. 그러나 수십만원을 쏟아붓는 원어민 영어학원에도 허실은 있다. 자신있는 학원일수록 개방적이다. 강사가 자주 바뀌는 곳은 주의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는 스콧의 한국이름을 모른다. 예의 바르고 얌전하다.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좀처럼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대신 뒤쪽에 앉아 전자오락기를 만지작거린다. 교실에서 자신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길 원하는 것 같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스콧은 뚱뚱하다. 마치 내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나머지 아이들은 가능하면 자주 그 사실을 지적하고 내가 함께 비웃길 기대한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원어민 교사한테 배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원어민 교사가 있는 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원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지 실상을 알고 있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원어민 영어교사 존 투히는 “아이들이 한 아이를 왕따 시키거나 남을 괴롭히는 것을 자주 목격하지만 원어민 교사는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한 기고에서 “한국의 초등학생들은 악명높다. 그들은 호전적이고 원어민 교사들에게 무례하게 군다. 교재를 펴 놓지 않거나 심지어 보란 듯이 개인 책을 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원어민 교사=지난 11일 오후 5시35분 A학원에서는 초등 고학년 여학생 9명이 원어민 교사로부터 직업의 종류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각기 영어이름 하나씩을 가진 아이들은 부모의 직업을 영어로 말했고 교사는 각각의 직업을 칠판에 쓴 뒤 아이들과 함께 간단히 정의했다. 아이들은 곧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교사는 ‘직업맞추기’게임으로 50분 수업을 마쳤다.

외부인이 참관했기 때문인지 한눈을 팔거나 남을 괴롭히는 아이는 없었다. 그러나 원어민 교사들은 “한국의 부모들은 적성과 열정이 있어야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조건 영어학원으로 내몰고 있다”며 “아이들은 지루하고 싫증나는 수업에 대한 탈출구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말한다.

B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모군(초등 5학년)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두세시간씩 읽기 쓰기 말하기를 반복한다”며 “알아듣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너무 지겨워 어떤 때는 다른 애를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A학원 교사 폴 킨은 “한국아이들의 스트레스는 크다”며 “큰 싸움은 아니지만 수업 중 남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투히씨는 “원어민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하도록 고도의 심리전을 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교사들의 한계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어민교사가 벌을 준다고 해야 몇 분간 교실에서 나가 있으라고 하거나 몇마디 잔소리하는 것 같이 형식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말로 놀리기 때문에 원어민 교사로서는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나서야 그 아이가 놀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기도 한다.

▽초등학생, 유치원생=지난 12일 오전 10시 C학원 유치부(영어유치원)의 공개수업에서 원어민 교사는 5세반 6명의 아이들과 70분 수업을 30분으로 단축해 진행했다. 아이들은 책상에 둘러앉아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인사하기, 책상 밑에 숨은 아이 찾기 등의 수업을 하면서 엄마들에게 눈길을 주거나 가끔 우리말로 대답해 제지당했다. 책에 있는 단어의 첫소리와 같은 소리가 나는 단어를 찾아 동그라미를 치는 문제는 대부분 따라했다.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원어민교사는 상대방에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도록 했다. 그는 수업이 끝난 뒤 엄마들에게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집과는 달리 선생님이 많은 아이를 돌봐야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영어유치원의 수업광경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본 수원여대 이석순교수(유아교육)는 “아이들이 지겨워 엎드리거나 몸을 비틀지만 원어민 교사는 왜 그러는지 물어보거나 잠시 쉬거나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교대 데이비드 켈로그교수(영어교육)는 “교재가 너무 쉽고 일방적이어서 학습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호교류를 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어디로 보내나?=따라서 원어민이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려면 학원에 등록하기 전 학부모가 직접 수업을 참관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좋다”고 소문난 곳이 꼭 잘하는 곳만도 아니라는 것. 자신 있는 학원일수록 개방적이고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에 적극적이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거나 원장과 강사와의 면담이 잦으면 그만큼 아이의 수준을 알 수 있고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된다.

또 수업시간을 변칙 운영하거나 강사가 자주 바뀌는 곳도 믿을 곳이 못된다. 학원운영이 안정적이어야 아이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발음보다 의사소통이 먼저다. 듣기 쓰기 말하기 각 영역을 고루 계발하는 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어린이 영어의 목표는 문법이나 읽기 같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학원 관계자는 “아이에게 가장 중요하는 것은 ‘영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틈틈이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학원에서 어려움은 없는지, 흥미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영어학원에 교재로 미국교과서를 공급하는 출판사의 한 관계자(39)는 “어려서부터 매일매일 원어민 교사를 대하며 영어를 익힌 아이의 영어실력이 어떨지 생각해보라”며 “학원 밖에서 원어민과 영어로 이야기할 기회가 전무한 아이들에게 원어민 영어학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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