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상 밑의 포도주는 무사할까

  • 입력 2003년 6월 6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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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상 밑의 포도주는 무사할까."

최근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예비공사가 시작되면서 국회 뜰에 있는 해태상 밑에 묻혀진 포도주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포도주의 유래는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인 지난 75년 8월15일 국회가 여의도로 이사를 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사당에서 화제를 예방하려면 해태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해태제과가 해태상 2개를 기증했는데 마침 해태주조가 첫 순수 국산와인 '노블와인'을 생산했던터라 기념으로 묻게 됐다는 것.

이길성 국회 관리국장은 "당시 김장용 대형독 2개에 포도주 50병씩을 넣어 총 100병을 의사당 정문 출구 쪽의 해태상 밑 5m 지점에 뭍었다"며 "100년 후에 개봉해보자는 말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박 대통령이 통일이 될 때 축배를 들자는 취지로 묻게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사이에서 국회 정문 출구 쪽으로 이어지는 국회역 공사가 시작되면 혹시 포도주를 담은 독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제기된 것. 이 국장은 "20m 이상의 지하에서 굴착공사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태상과 포도주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하철이 해태상 근처를 지나가게 되고, 공사 중에도 기중기 굴착기 등 대형장비들이 동원될 수 밖에 없어 결국 진동에 의해서라도 대형독과 포도주가 무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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