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철제빔 추락 새마을호와 충돌… 승객 32명 부상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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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후 1시45분경 대전 중구 오류동 계룡육교에서 철골조인 길이 36m, 무게 10t짜리 I형 철제빔 4개가 20m 아래 호남선 철로 위로 떨어졌다. 때마침 이곳을 향해 오던 서울발 목포행 새마을호 열차(기관사 손상훈·36)가 철제빔과 충돌하면서 기관차와 7, 6, 5, 4호 객차 4량이 탈선했다.》

사고가 난 육교는 95년 위험육교로 지정돼 특별 관리해오다 이날 철거작업을 하던 중이었으며 안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같은 철제빔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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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철제빔은 열차가 도착하기 직전 떨어졌으며 열차는 철로 위에 있는 철제빔을 정면으로 들이받고 탈선했다.

사고 당시 이 열차에는 승객 178명이 타고 있었으며 승객 김용대씨(81·전남 목포시 목후동) 등 41명이 다쳐 인근 을지대병원과 선병원, 충남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열차가 탈선하면서 6호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승객들이 신속히 대피해 큰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이 열차는 이날 낮 12시5분 서울역을 출발해 오후 4시38분 목포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승객 김슬기씨(51·광주 서구 쌍촌동)는 “서대전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순간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열차가 오른쪽으로 탈선했다”며 “사고 순간 열차가 역에 도착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있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호남선 열차운행이 중단됐으며 하행선만 31일 오전 6시부터 재개됐다.

▽사고 원인=육교 시공자인 ㈜코오롱건설은 6월 2일부터 6일까지 육교 상판의 철제빔을 제거하기로 하고 미리 이 빔들을 받치고 있는 ‘X’자 철제 지지대 가운데 절반가량을 제거한 상태였다.

경찰은 지지대 철거로 상판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청 김호균 조사과장은 “육교의 상판 철거공사 방법이 부실해 갑작스럽게 상판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대전시는 강관과 합판 안전망을 이용해 육교 양쪽에 낙하물 방지시설을 설치했으나 이는 콘크리트 등 가벼운 낙하물 방지용이었으며 10t 무게의 철제빔 낙하사고에 대해선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 공사 관계자와 대전시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다.

▽계룡육교 철거작업=계룡육교는 길이 260m, 왕복 4차로로 1981년 재활용 강관으로 건설됐으며 95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2005년 이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위험교량 판정을 받아 특별관리돼 왔다.

대전시는 왕복 4차로인 이 교량이 병목 현상을 유발하자 지하철 1호선 공사와 병행해 왕복 8차로로 확장하기 위해 미리 양쪽으로 편도 2차로씩의 교량을 덧붙여 만든 다음 지난달 10일부터 기존 4차로 육교에 대한 철거작업을 벌여오던 중이었다. 현재 공정은 29.4%이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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